바다 울음
-울돌목 이야기

망적산 봉우리에 용샘이라는 옹달샘이 있었는데요 얼마나 깊은지 동쪽 녹진리 앞바다인 울돌목까지 뚫려 있어서, 용샘에 도굿대를 집어넣으면 3일이나 지나서야 울돌목으로 나와서 떠다닌다는데요 그걸 꺼내 강강술래 강강술래 두 패로 나누어 허리잡고 잡아당기기도 했겠지만요 울돌목에는 울음소리 들려요 남해바다에서 밀려오는 급물살이 암초에 부딪혀 우는 울음소리가 거짓말 좀 보태면 백리 밖까지 들려요 그래서 울돌목이라는 데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맞아 모조리 물고기밥을 만들어버린 불가사의한 곳 바로 그곳인데요 그런데 혹 알랑가 모르겠네요 울돌목엔 용이 살고 있었단 얘기 이 용이 하늘로 올라갈 때는 물살이 세게 회를 돈대요 그런데 용은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큰 소리로 우는데, 그 소리가 마치 뱃고동 소리 같다고 하는데요 비오고 컴컴한 날 혹시 그 소리 들어본 적 있는지요 용이 울면 울돌목과 용샘에서 함께 소리가 나며, 천둥이 치고 번개도 친다는 데요 믿거나 말거나 그건 순전히 그대 맘이지만요


<시작메모>
‘용샘’은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읍에 있는 망적산(철마산, 해발 295m) 산정에 있는 샘이고, ‘울돌목’은 진도 녹진리와 해남 학울리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바다로 우리 모두 마음이 아팠던 봄과 여름. 그러나 인생은 어차피 고해(苦海)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올 여름 휴가는 이곳에 가서 바다 울음소리라도 한 번 들어야겠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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