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전 예능의 대세는 아이들이다. 어릴수록 인기가 많다. 이제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 출연하는 세상이다. 좀 과한 느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계산되지 않은 아이들의 맑은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파안대소하고 만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때가 낀 몸 속 세포들이 새하얗게 세탁이 되는 기분이랄까.
제법 큰 우리 집 두 녀석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말대꾸에 못들은 척, 눈 치뜨기로 엄마와 맞서지만 녀석들에게도 입만 열면 시(詩)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녀석들에게 상처를 받은 엄마는 생채기를 어루만지며 그 시절 녀석들이 했던 말의 기록(이름하여 마주이야기)을 찾아 위로를 받는다.
* 10원 아줌마
그동안 돼지 저금통에 넣어둔 동전을 정리하기로 한 날. 10원 50원 100원 500원 등으로 동전을 구분 짓고 있었다.
인 : (쌓여있는 동전을 보고) 와! 우리 부자다.
환 : 이 돈이면 다른 나라 갈 수 있어요?
엄마 : (돈을 세며) 글쎄.......
그때 인이가 찌그러진 10원 동전을 찾았다.
인 : 이거 진짜 오래됐나봐!
환 : 어디 나도 한 번 봐.
엄마 : 언제 만들었는지 써져 있을 텐데.
환 : 19월 80일?
엄마 : 1980년? 우와 진짜 오래 됐네.
인 : 엄마 몇 살 때 만든 돈이에요?
엄마 : 13살 때.
환 : 그럼 10원 아줌마네 뭐. (얼굴을 동전에 바짝 대고) 아줌마, 아줌마. 10원 아줌마.
* 모기 찾기 대회
무더운 한여름, 어느 틈에 들어온 모기 한마리가 온 집을 휘젓고 다니는 중.
아빠 : (모기는 못 찾고 파리채만 휘저으며) 모기가 순간 이동하는 것 같아.
엄마 : (함께 모기 찾으며) 그러게. 귀신 같이 사라진다니까.
환 : (의자에 앉아 부채질하며) 엄마 아빠 둘이서 모기 찾기 대회 하는 것 같아요.
* 주유소 알람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 넣는데 컹컹 짖는 개.
환 : (개를 한참 쳐다보더니) 저 개는 주유소 알람인가 봐.
인 : 왜?
환 : 손님 왔다고 알려주잖아.
* 환이 베개
초등학생이 된 인이와 7살이 된 환이. 이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어 꺼낸 이야기.
엄마 : 이제 너희들끼리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인 : (잔뜩 겁먹은 얼굴로) 엄마, 근데 나 혼자 자?
엄마 : 환이랑 같이 자면 되잖아.
인 : 근데 환이는 꼭 사람을 베고 자잖아. 환이랑 자면 좋긴 한데 힘들어. 내가 꼭 환이 베 개 같아.
환 : 나도 힘드니까 베고 자지.
녀석들의 말은 마음에 영양 듬뿍 주는 비타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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