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농촌주민의 경제활동 저하와 구매력 감소, 교육·의료·교통·소매업 등 기초생활서비스의 감소, 삶의 질 저하, 인구 유출, 다시 농촌 인구 감소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역으로 말하면, 기초생활서비스 확충이 인구의 농촌 유입·정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생활서비스 중에는 보건·의료, 교육, 교통, 복지 등 주민의 생존과 직결돼 공공이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필수 서비스도 있지만, 슈퍼마켓, 이·미용, 목욕, 세탁소, 음식점, 문화·여가시설 등 일상생활 영위에 필요한 상업적 서비스도 있다.

문제는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서 사라지는 상업적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확충할 것인가다.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농촌주민 혹은 지역사회가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자가 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유효할 것이다.

농촌의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은 수익이 나기 어려우므로 공익적 활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이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기존 유휴시설을 기초생활서비스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공간을 지원하거나,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사업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공일자리 방식으로 농촌의 기초생활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례로 경기도의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2018년부터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의 유휴시설이나 공용공간을 ‘행복마을관리소’로 조성하고 1곳당 기간제 인력 10명을 채용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농촌주민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필요한 생활서비스 제공 활동을 할 수 있게 비용과 활동수당을 지원하는 지자체 사업도 있다. 전라북도가 2021년부터 시행하는 ‘마을기술사업단’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주택수리, 교육, 문화예술, 생활돌봄 등 농촌주민의 생활불편을 해소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례들은 농촌의 부족한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이 국가와 지역사회, 주민 모두의 노력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민 주도, 민관 협력 활성화를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초생활서비스를 공급하는 정책사업은 사업이 끝나도 활동은 지속될 수 있도록 공급 주체 양성과 조직화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이때 공공일자리 방식이나 활동수당 지급이 유용한 방식일 수 있는데, 이들이 창업이나 조직 설립 등으로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참여 인력의 역량을 키우고 지역의 전문가나 관심자, 협력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하고, 창업 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등 인큐베이팅 계획을 사업 안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농촌의 유휴시설을 민간조직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민간위탁제도’를 적용하는 등 공간 지원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임차료를 지불해야 하는 현재와 같은 공간 활용제도는 공익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에게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사용료를 물지 않거나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는 ‘관리위탁’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셋째,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지침을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 기초생활서비스 확충에 국가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원칙이다. 농촌주민들의 자발적 실천을 지원하고 주민 조직과 협력하는 것은 국가 책임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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