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 2011년 3월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근래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까지 초래한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원전이 광범위한 침수에 매우 취약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원전본부는 외부 전력공급 없이도 작동이 가능한 냉각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침수로 인한 원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초대형 해일에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게 되었다. 침수로 인해 냉각장치가 멈춰서자 일본 원전본부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투입해 과열된 원자로를 식혔고 이를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이러한 위험 요소를 설마 하고 지나친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시에 주민의 생명을 앗아갈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사고 발생 당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구조적으로 다른 설계로 지어졌고,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것보다 더 안전한 구조이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원전사고는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였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13년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위조된 미검증 부품들이 대거 사용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모두가 설마 했던 일들이 사실로 밝혀지자 결국 국가 차원에서 그동안 원전에 사용된 부품을 일일이 전수조사한 이후 미검증된 부품들을 모두 교체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위험 요소에 의한 사고는 광주 동구 학동의 재개발 건설현장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22분. 당시 학동 주택재개발구역 철거 작업 중 지상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건물 잔해가 건물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도 크고작은 부상 속에 신음했다. 주원인이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불법 철거에 의한 사고이기는 하나 철거 중인 건물이 기울어지는 이상징후를 설마하고 지나치지 않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일상에 산재되어 있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않은 채 밤낮 사고예방을 외쳐보았자 한갓 공염불로 그치고 말 것이며 대규모 인재(人災)는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운이 좋지 않거나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실수나 장비 결함 등 위험 요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예측·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건설현장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해 적절하게 조치하고 도급업체 등의 안전보건까지 보살펴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사고예방에 있어 현저한 효과는 물론 동반성장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운영 책임자부터 솔선수범하여 건설현장의 안전을 독려하고자 지난 2021년부터 '관리자 안전관리 활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정기적인 방문·점검을 통해 건설현장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위험 사전예방 시스템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민간기업들과 연대해 전사적으로 안전문화운동을 전개하고 근로자 전체의 안전의식을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를 100% 막는 건 불가능하며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완전무결하게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똑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부터라도 각 당사자가 피나는 노력과 함께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전의식을 고취 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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