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산면 이장단장을 맡게 된 도토리 조평환(65)이장. 그는 이장 3년차에 이장단장까지 하게 될 정도로 열성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73년,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토리로 돌아와 1년 동안 1장을 했던 조이장은 이후 객지로 떠나 방송국 생활부터 종로학원 원장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단시간에 이장단장을 맡게 된 것은 여러 경험을 쌓았던 젊은 날의 열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란다.

그러다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귀농한지 벌써 12년차. 농사를 생업으로 삼으며 여행사 이사도 맡고 있지만, 바쁜 와중에도 이장일은 꼭꼭 챙긴다.

“농사가 내 나이엔 딱 맞는 일이야. 도시에서는 퇴직할 때라 할 게 없는데 시골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일 수 있잖아. 사람이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도 만나야 사람답게 사는 거지”

군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보조원으로서의 일보다 노인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모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조이장. 아침저녁으로 회관을 방문해 노인들 안부를 묻는 것은 28세대, 50여명의 도토리 주민들 중 65세 이상이 30여명이 넘기 때문이란다.

매달 나오는 활동비도 마을 회관에 먹을거리를 사다두는 데에 쓰고 있다. 노인들이 마을 회관에서 밥이라도 한 끼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이장 일이란 소득원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환원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단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데, 할머니들이라도 집에서 혼자 밥 해먹고 사는 게 은근히 어려워. 반찬 수도 적어지지. 그럴 바엔 회관에서 노인들 여럿이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도록 하면 마음도 즐겁고 음식도 더 맛있잖아”

조이장은 매년 절임배추 5천포기를 직접 만들어 서울 소비자들과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절임배추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노하우를 쌓은 지 8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가족들에게만 보내주던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손님이 많이 늘었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이장의 노하우를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어도 밭농사를 짓는 주민이 별로 없다는 부분이다.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를 지어 농협에 판매하고 있어서란다.

“우리 농촌에서 쌀이며 깨, 콩 등 농산물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파는 게 아쉬워. 한 번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과 원재료를 바로 파는 건 가격 차이가 엄청나잖아. 주민들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

농산물 가공판매 방법 연구중
삼산면 위해 공생하는 삶 필요

조이장은 이장을 하는 동안 마을 앞 삼산천 냇가를 깔끔하게 정돈해 물놀이 공간을 만들고 싶단다. 하천 근처여서인지 쓰레기를 버리거나 불법소각을 하는 경우가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또 냇가 주변을 정리하고 나무를 심어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단장하는 것이 목표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예전 마을회관을 빌려주고 마을 자금을 만들 수도 있을 거란다. 근처 공터를 이용해 작은 캠핑장을 제공해도 괜찮을 거라며 마을을 위해 고심하는 중이다.

조이장이 신경 쓰는 부분은 도토마을뿐만이 아니다. 이장단장이기 때문에 삼산면 전체의 발전을 위해 고민이 많단다. 이장단장은 면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각 마을 이장들의 고충을 들어주거나 요구사항을 면에 건의하기도 하고, 이장들 사이의 의견차이도 중재해야 한단다. 마을 사업이나 농기계 배분도 소외되는 마을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해 책임감도 막중하다.

삼산면을 살리기 위해 올 겨울부터 4개월동안 유채꽃축제를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는데, 진도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생겨 취소했단다. 내년에는 더 풍성한 유채꽃을 피워 다시 도전하겠다고.

조이장은 이장단장으로서 대흥사 사리탑들의 학술적 가치를 조사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한중문화교류회를 하며 화순 주자묘와 나주 신숙주생가를 활성화시킨 적이 있는데, 대흥사 사리탑도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해 재조명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또 삼산면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에게 정직하게 장사하고 친절하게 맞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흥사와 두륜산이 유명해지다보니 객지 사람들이 관광지 주변에 터를 잡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런데 다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객지사람과 토박이를 나누지 않고 멀리 바라봐야 해”

공생할 수 있는 삼산면을 만들기 위한 조이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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