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의 섬에 갇히다

이지엽

초등학교 친한 친구
빚보증 잘못 선 게 그예 사단이 난거구만유
빚 독촉에 직장도 가정도 죄다 흔들리대요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고 사표 내고
일시불로 퇴직금 고스란히 넣었어도
다 못 갚았네유

우리, 그만 헤어져유 그래서 이녁하고도 헤어졌네유
딸 둘 있는데 빚쟁이 자식은 안 되잖유?
올라갈 땐 그렇게 많은 세월 힘들었는데
꼬꾸라지는 건 아주 순간 이데유
여그요? 말해 뭣하것소 벼랑 끝이제
3.3㎡ 한 평도 안 되는 바람 불지 않는
절대 빈곤의 섬* 고시원이지라우
한두 달만 견딘다는 게 벌써 십 년이 다 돼 가네유
도연명 시구에 그런 게 있지유
국화를 캐다가 남산을 본다는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내가 영 그짝이유 우르르 왁자하게 함께 핀 봄꽃
멍하니 바라보니 오늘은 아무 생각이 없소 잉

*3.3㎡ 빈곤의 섬에 갇힌 14만명-2014년 3월18일 중앙일보 헤드라인이다


<시작메모>
복지국가를 말하는데 절대 빈곤에 갇힌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국민소득도 늘고 세계 12의 경제대국, G20정상회의 핑크빛 무드인데 자살률, 교통사고 사망률, 사교육비 모두가 세계1위란다. 사회 불평등과 빈부격차도 1위. 밖에는 한꺼번에 피어버린 봄꽃이 한창인데 절대 빈곤에 갇힌 우리 이웃들이 .너무 많아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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