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이라는 게, 정말 이장답게 하려고 하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만만치 않아”

풍요로운 바다가 자랑거리인 화산 송평리는 세대수 72호로 190여명 가까이 살고 있는 큰 마을이다. 화산면에서 주민 수로는 네 번째란다. 그렇다보니 이장 일도 만만찮다. 김인철(56)이장이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이장은 김양식을 하고 있다. 어업 일을 하다 보니 어촌계장도 맡게 돼 9년 정도 했었단다. 새마을지도자 활동도 5년을 하며 마을 일에 참여했었다. 지금은 송평리 이장을 맡은 지 2년차. 이전에 마을 일에 참여했던 것과는 천지차이란다.

“행정보조원으로서 해남군이나 농협 사이에서 주민들의 행정 업무를 도와야 해. 마을 사업으로 주민들 편의를 챙겨야 하는 건 물론이고. 마을 화합에도 신경 써야 하지. 신경 쓸게 많아도 정말 많아”

역대 이장님들을 지켜봤었기에 처음 이장을 맡게 됐을 때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이왕 이장이란 직책을 맡게 됐으니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실제로 이장을 해보니 부담감이 상당하단다.

김이장에게 이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복지문제다. 특히 노인복지 문제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송평리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50여명.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처지가 달라 여간 신경이 쓰인단다.

“복지는 개개인별로 다뤄야해서 복잡하지. 누구는 해주고 나는 안 해준다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함부로 할 수가 없더라고. 마음 같아서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리고 싶지만 그게 어디 내 맘처럼 되나”라는 김이장. 스스로가 무능해진 것 같을 때도 더러 있었다.

송평리는 바다를 끼고 있어 주민들 생활은 괜찮은 편이란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살 정도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있지만 현재는 김양식을 하는 주민들이 더 많단다. 낙지나 석화 등도 나온다고.


주민들에게 도움 못줄 때 힘들어
마을공동사업으로 단합 꾀하는 중

지금 김이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송평해수욕장이다. 지난 1994년에 개장한 송평해수욕장은 3km가량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이 일품이다. 주로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지역 주민들 손님이 많은 숨은 명소다.

지난해부터는 마을 주민들이 다함께 힘을 합쳐 송평해수욕장을 관리하고 있다. 청년회에만 맡겨놨던 것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사업으로 바꿨단다. 마을 자금도 모으고, 주민들이 함께 일을 하며 화합을 다지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전에 공동작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서로 부대끼다보니 점차 주민들끼리 이해하고 단합하게 됐단다.

해수욕장은 7월 중순에 개장해 한 달 정도 운영한다. 하루 평균 200여명의 손님들이 찾는단다. 마을 주민들이 조를 짜서 근무도 하고 튜브와 평상 대여, 샤워장 이용료 등으로 소득을 올린다. 고생한 주민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남은 돈을 마을 자금으로 모을 생각이라고.

“송평해수욕장이 참 좋아. 아쉬운 점은 군부대를 끼고 있는 거지. 군부대가 있으니 마을 사업으로 더 크게 키우고 싶어도 투자도 잘 안되고. 지금보다 더 보기 좋고 깨끗하게 유지하면 손님들은 더 올 텐데 그게 아쉽지”

마을과 떨어져 있다 보니 식당가가 없는 점도 개선하고 싶단다. 먹거리를 판매해야 찾아오는 손님들도 편하고 마을에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을 텐데 식당이나 슈퍼를 운영할만한 건물이 없다고. 그나마 가건물을 이용해 포장마차 식으로 운영했었지만 요즘 식당은 정화조 시설을 갖춰야 해 어려운 상황이란다.

김이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점은 또 있다. 마을 방풍림이다. 방풍림이 심어져 있지만 해수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근처에 잔디구장도 마련돼 있어 해수도 막고 그늘도 만들고 싶단다.

“마을 일꾼으로 살기 위해선 내 시간도 내어줄 수 있어야겠더라고. 생업이 있으니 마음처럼 안 될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성의껏 일하고 있어. 주민들과 함께 행복한 마을 만들어야 나도 좋고 주민들도 좋은 것 아니겠어?”

주민들이 다함께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지만 마을 자금이 부족해 생각만 하고 있단다. 올해 송평해수욕장을 잘 운영해 마을 자금을 알뜰살뜰히 모아 경로잔치라도 열어주고 싶은 것이 김이장의 소망이다.

“우리 송평리는 잘 사는 동네야. 자원도 풍부하고. 이젠 주민들 서로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야. 일꾼으로서 열심히 일하다보면 주민들도 알아주겠지. 여기는 마음이 참 따뜻한 동네거든”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