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코 매야 고기잡제

 
슥삭슥삭. 장오철씨의 봄이 오는 소리는 그물 수선 소리다. 장씨가 문내 임화도 선착장 앞에 길게 늘어놓은 그물에 턱 하니 앉는다. 옷이 더러워지는 건 안중에도 없는 눈치다.

일일이 손으로 뒤적여가며 찢어진 곳은 없는지 살핀다. 자그마한 구멍부터 손바닥보다 큰 구멍들까지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다.

김 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물코를 만들어 나간다. 바늘을 잡고 몇 번 휘휘 돌렸을 뿐인데 어느덧 짱짱한 그물이 완성된다.

이렇게 수선한 어망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고기잡이에 나선단다. 매화구경이다 벚꽃구경이다 모두 꽃구경으로 정신없을 때 김 씨는 묵묵히 바다로 나온다. 그에겐 그물코가 꽃잎으로 보이나보다.

 

 

꽃무늬 할머니는 봄을 머리에 쓰고

 
양파밭 할머니는 봄을 머리에 썼다. 화사한 꽃무늬 모자를 쓰고 양파밭에 난 잡초를 솎느라 허리 한 번 펼 새가 없다.

“아따, 신발 빠진당께! 우째 이리로 꾸역꾸역 들와쓰까, 운동화 다 버려야!” 사진 한 장 찍자는 말에 이쁘지도 않은데 뭘 찍느냐고 성화다.

예쁘게 잘 심은 양파나 찍어서 가란다. 양파 농사가 잘 되길 바라면서 심었더니 양파밭이 더 예뻐보인단다.

아짐을 안찍으면 누굴 찍느냐고 재촉하자 “하이고 이 아가씨, 나보고 이삐다고 한거 본께 눈이 딴데 달렸는갑네”란다. 그러면서도 수줍게 웃으며 꽃무늬 모자를 고쳐 쓴다.

 

 

봄배추 심은께 봄이제 

 

손끝으로 봄을 심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 6시부터 나와 봄배추 심기에 한창인 아주머니들이다. 하루가 저물기 전 하나라도 더 심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낸다.

연둣빛 봄배추 잎사귀들이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간다. 아침저녁 쌀쌀한 기온에 봄인가 겨울인가 아리송했지만, 밭에는 이미 봄이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

줄줄이 심어진 봄배추는 마치 봄의 이정표같다. 아주머니들은 곧 있으면 봄동 겉절이를 해먹을 수 있겠다며 각종 요리법을 줄줄 읊는다.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봄동 겉절이가 맛있는 이유는 종일 땀방울 훔쳐가며 일한 아주머니들의 봄날이 담겨있기 때문은 아닐까. 향긋한 봄내음이 풍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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