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아요. 정겹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노인들 모시는 게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요”

계곡면 황죽리 김영철(60)이장은 노인들의 마음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이장이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김이장은 고향 황죽리를 떠나 해남읍과 객지에서 생활했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귀농해야겠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준비하던 중 지난 2008년 요양보호사 제도가 생겼고 바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황죽리에 재가요양센터를 세워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단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 동안 열심히 노인들을 돌봤다.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청소며 빨래, 설거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동년배 친구들은 손사래 치는 일들이지만 김이장은 자랑스럽기만 하다.

“지금도 친구들은 만나면 노인들 돌보는 일좀 그만 하라고 말해요. 노인들도 돌봐야하지 집안일도 해드려야 하지, 몸으로 고생하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데다가 친화력이 좋아 노인들과도 살갑게 지낸다. 덕분에 노인들 사이에서도 딸내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단다. 김이장이 6년째 이장을 맡을 수 있는 이유다.

31세대, 38명이 살고 있는 황죽리는 주민 90%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인구다. 그중에서도 80세 이상 주민들이 열 명 가량. 마을 고령화가 심각해 마을 일 대부분은 노인 케어나 다름없을 정도다.

김이장은 귀농 후 양봉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주민들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이장을 맡았다. 마을이 워낙 산골짜기에 있어 혜택을 못 보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마을 황죽리
진심어린 노인돌봄 필요성 느껴

황죽리는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라는 김이장. 그가 어렸을 적 어른들이 읍에 장을 보러 떠나면 새벽에 출발해도 저녁까지 오지 않았단다. 호롱불밖에 없던 시절이라 걸어서 장을 보러 다녔기 때문이다.

날이 컴컴해지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우우우 소리를 냈었단다. 그 소리를 들은 부모님도 화답으로 소리를 내셨다고. “부모님이 어디쯤 오셨는지 알 수 있는 신호였어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황죽리 같은 곳이 없더라고요. 그 정도로 오지마을이었죠”

지난 2009년까지 마을 주민 모두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을 정도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많다보니 화장실 이용하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불편했다.

다행히 김이장이 하수도 시설을 신청해 지금은 90%이상이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했단다. 농로 포장과 개거까지 꼼꼼히 진행했다고.

이장을 하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기 힘들어 현재는 독거노인안전확인 일을 하고 있다. 계곡면 29명의 노인들의 안부를 책임지고 있단다. 매주 두 번 전화드리고 한 번은 직접 찾아뵙는다.

노인복지에 몸담고 있다 보니 마을 노인 챙기는 일도 훨씬 노련하게 할 수 있었단다. 말벗 상대가 되어드리거나 건강체크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잘 알지 못해 요양 등급을 받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벌써 7년차 노인들을 위해 일하지만 아직도 노인들 섬기는 일이 그렇게 재미지단다. “저는 신앙을 갖고 있어요. 말로 하는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실천하려고 하지요”

마을 주민들을 정성을 다해 섬기고 마을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가꾸는 등 행동으로 보여야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단다. 그래야만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장으로서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거라고.

황죽리의 깨끗한 자연 환경을 쭉 보존해나가고 싶다는 김이장. 돌담정비사업을 해서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마을 주민들 화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그것만 바라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서서 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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