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면 진산리에는 주민들 모두의 ‘어머니’가 있다. 산이면 최초의 여성이장인 주채심(55) 이장이 활약하고 있어서다.

주이장은 부녀회장 6년, 산이면 봉사회장 4년 등 종횡무진 바쁜 삶을 보내다 지난해부터 이장까지 하게 됐다. 오랜 기간 부녀회장을 하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봉사 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혔단다.

“젊었을 때부터 활발하게 일하는 성격이었어요. 마을 일이란 게 다함께 즐겁게 살자는 거니까 나 조금 편하자고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열심히 참여했지요” 부녀회장을 하며 폐비닐을 모아 마을 자금을 모으는 둥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 나서다보니 주민들도 그녀를 이장으로 점찍었다.

이장을 해보니 공부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주이장. 직접 마을 사업에 뛰어들어보니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부녀회장을 하며 마을 회의에도 참석하고 전 이장님들의 어깨너머로 배워왔지만 실제 겪어보니 부담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란다.

“부녀회장은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어르신들을 챙기는 둥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장은 머리를 써서 챙겨야 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마을 사업이나 지원 제도를 익히기 위해 서류 자료부터 꼼꼼히 읽고 모르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면사무소에도 자주 들러 열심히 질문했단다.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멋쩍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제대로 된 이장의 몫을 해내고 싶었다고.

주이장은 지난해 진행한 배수로 사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논이 연관된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책임감이 막중했단다. 사업 진행이 서툴러 민원도 받았다. “이게 경험이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못하면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데, 이걸 머리로 생각할 때랑 겪을 때랑 확 차이가 나요. 직접 부딪혀보니 배울 점이 더 많았어요”

친숙한 이장이 되기 위해 마을회관도 매일 들른다. 조금이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150포기의 김장 재료를 마을에 기증하기도 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 때문인지 딸처럼 생각해주는 어르신들이 많이 쑥스러울 때도 많단다.


부녀회장 경험 바탕으로 마을 살리기 위한 목표 세워

마을을 위한 포부는 여느 이장만큼 당차고 굳세다. 주이장의 목표 중 하나는 청년회를 살리는 것이다. 젊은 피가 마을을 이끌도록 하고 싶어서다. 마을회관에 2층을 지어 청년회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싶단다.

진산리는 82세대, 156명이 살고 있는데 이 중 65세 이상 주민은 40여명으로 다른 마을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20~30대 청년들도 더러 있을 정도다. 그러니 청년회가 활성화되면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또 다른 목표는 마을 내에 버스가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버스를 탈 수 있는 큰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 30여분을 넘게 걸어가야 한다. 노인들은 날이 좋지 않으면 나갈 수조차 없단다. 아예 택시를 타거나 마을 주민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 타는 실정이다.

버스가 들어올 수 있게끔 길을 넓히고 싶었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지난 1983년 진산리에서 발견된 청자 도요지 때문이다. 하필 길을 넓힐 부분까지 도요지로 인한 보호구역에 포함돼 공사를 할 수가 없단다.

“지금 진산리 도요지는 안내판이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에요. 개발이나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데 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으니 답답해요” 젊은 사람들은 농번기가 되면 무안으로 일을 하러 다닐 정도로 마을 개발이 잘 안되고 있단다. 주민들의 생활이 남부럽지 않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 주이장의 꿈이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성실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죠. 실수하는 건 스스로가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열심히 해서 주민들에게 좋은 결과 보여줘야지요”

주이장은 산이면에서 여성 이장이 더 선출됐으면 좋겠단다. 산이면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만 혼자 여성이장이다 보니 외로울 때가 있다고. 면 전체가 한마음 한 뜻으로 화합하는 모습에 도움이 되고 싶단다.

큰 꿈을 가진 그녀, 주이장의 야무진 손끝이 진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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