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 까무잡잡한 황정문 어르신(70) 마당에 불쑥 들어선다

올해 파 금이 좋아 재미가 좋았지유?

그랬지라우 한 마지기 농사에 밭 한마기 살 정도 였응께

그라믄 농사도 도시서 샐러리맨 하는 것보다 훨 낫겄소 안

그래봐야 뭔 소용이 있간디요

한 해 조믄 시 해는 갈아 엎어야하는디

하얀 것 누르통통한 것 뒤섞인 계란 한 판을 부끄럽게 내미신다

시작메모

고재종 시인은 면면함에 대하여를 통해 너 들어 보았니/다 청산하고 떠나버리는 마을에/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소리 죽여 흐느끼던 소리/가지 팽팽히 후리던 소리를 통해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며 생생한 초록의 광휘를 내뿜는 생명을 노래합니다. 이 시를 좋아해서 그려본 그림입니다.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 일로 농촌에 살다보니 피부적으로 와 닿는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한해가 좋으면 세 해는 갈아엎는다는 말이 내내 짠하게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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