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정물일 때도 언제나 말을 한다

선하게 살아라 없는 것에 기죽지 마라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늘 격려한다

웃는다

화가가 그려낸 꽃과 석류 창 너머 바람

살랑이는 햇살을 따라 그림자가 움직인다

말 없는 정물인데도

살아 있다

다정하다

시작메모

김일해 시형(詩兄)의 작품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생명이 없는 것이 흔들립니다. 물결도 살랑거리고 나뭇잎도 떨어지면서 뭐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러니 꽃과 석류가 있는 정물에서도 이런 점이 돋보입니다. 창 너머 숲도 웅성거리고 다가올 듯하고 창문 새로 바람이 들어와 꽃병에 꽂은 꽃들이 말을 걸고 있는 듯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의도했습니다. 화병의 꽃들을 오른쪽으로 약간 쏠리게 배치했습니다. 꽃의 그림자 들을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또한 석류 하나를 금방 굴러떨어지게 위태하게 배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움직이는 정물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 흔들거림 속으로 스며들고 싶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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