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장날 매생이
-단옥이 어매(72)

이보시오 이라고 이쁜 놈 좀 가져가게라
명주실보다 가늘고 소털보다 빽빽하지만
단 맛에 풋풋한 향내가 장난이 아니어라우
빛깔이 검푸르족족 꼭 새각시 윤기나게 빗어붙인
고 뒷머리 같이 정갈하게 겁나 곱구만요
바닷물에 흥글흥글 씻어
반질반질 멱 감은 것이 영 보기 좋소 안
나말이요? 새복 네시에 나왔제
석화도 캐고 포래도 매고 김도 허고 갯바닥 일 그치믄
논밭으로 내달려 칠십 평생 안 해본 일이 없제라우
냄비에 물 쪼깐 바글바글 끼래 석화 한 주먹 넣고
요것 한 덩이 여갖고 젖다가 다글다글 끓으면
간 맞추고 참기름 한 방울 툭 쳐서 묵어보소
마늘은 넣지말고 지한테서 푸르라니 향이 나온단 말이어라우
그 향 정말 기가 맥히요이 내동리 완전 자연산이요 자연산
모다 도란장날 볼 것인디 내 뭘라고 거짓말 한다요

<시작메모>
좌판에 봄이 왔다. 연하면서도 진한 향의 국물 맛이 생생하게 감도는 매생이와 같은 봄날이 왔다. 스물한 살 때 해남 북일 내동리로 시집와서 그 바다를 생명처럼 여기고 살았던 단옥이 어매에게도 봄날이 왔다. 그런데 이 봄, 매생이 국처럼 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몰라. 겉으로는 괜찮은 듯 태연자약하지만 속으로는 으악 소리도 못 지를 정도로 훌러덩 목구멍 까버릴 뜨거움이 설설 끓고 있는.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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