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이지엽

사랑이 오고 있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새싹이 돋아난다
청매실 마을에 얼음보다 투명한 매화꽃이 피고
산동마을에 산수유 노란 젖망울이 터진다
닫혔던 말들이 그 끝에서 살아나고 있다
미워하지 마라 서로 사랑하라
사랑의 봄이 오고 있다


사랑이 오고 있다
재개발 지구 무너진 담장에도 개나리가 피고
반지하 사글세방에도,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도
목련꽃 피었다 진달래, 철쭉 붉게붉게 피었다
북한이 ‘KN-09’ 신형 방사포를 발사해도
239명이 탑승한 대형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져도
시아파 지역 연쇄 자살폭탄으로 수십 명이 사망해도
복수초, 노루귀, 나도바람꽃 피었다
미워하지 마라 서로 사랑하라
사랑의 봄이 오고 있다

 

<시작메모>
봄이 오고 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좋지 않는 일이 있어도 그것에 상관없이 계절은 변하고 대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선물한다.

해마다 봄을 맞이하지만 그 봄은 언제나 같지 않다. 그러니 새로 오는 봄이 보다 희망적이면 좋겠다. 너와 내가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강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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