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자락 아래 펼쳐진 현산면 조산리는 돌담들과 마을 어귀 벽화가 반겨주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조산리의 살아있는 사랑방을 자처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올해 새로 취임한 이봉현(72)이장이다.

그는 고향 조산리를 떠나 도시 생활을 하다 지난 1984년에 귀향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지난 1986년부터 3년간 이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선배 한 분이 ‘자네가 여기에서 자랐고 뼈를 만들고 살을 붙였으니, 이제 마을에 보답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이장을 하게 됐지요. 올해도 그 생각으로 이장을 해요”

이장에게 조산리는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세대수 65호, 150여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이 선하고 마을 일을 잘 따라준단다.

그래서인지 조산리의 마을사업은 다양하다. 지난 2006년 화단과 휴식공원을 조성한 그린농촌마을부터 시작해 농촌장수마을로도 선정됐다. 65세 이상 주민이 60%를 넘는 고령마을이었는데, 장수마을 프로그램 덕분에 주민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단다.

지난 2008년에는 참살기 좋은마을사업을 펼쳤다. 산 아랫마을이라 돌이 흔해 돌담도 옹기종기 쌓아 올리고, 마을길도 깔끔하게 단장했다. 근처 5개 마을을 묶어 대둔권역으로 진행하는 종합정비사업도 지난 2009년부터 5년째 시행중이다.

전 이장들이 머물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전원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준 결과란다. 누구나 찾아와 평화로운 농촌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소위 말하는 ‘힐링‘이 있는 마을이다.

조산리는 지난 1950년대 초반 주민들 울력으로 심은 편백나무숲이 있다. 군락지로 이루어진 편백나무숲만 15000평, 산재돼있는 편백나무들을 합하면 훨씬 더 규모가 크단다. 이 편백나무숲을 이용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변신중이다.

지난해 12월 ‘땅끝참살이편백마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편백나무 비누·방향제 만들기, 수수를 이용한 강정과 떡 만들기 체험 등을 준비해 체험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나이는 70, 마을 위한 마음은 청춘

30여년만에 다시 이장이 된 그는 면사무소에 갈 때면 ‘유치원생 왔습니다’라고 한단다. 이장으로서 유치원생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서다.

“예전과 달리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고 행정도 많이 달라졌어요. 나이를 먹어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열심히 배워봐야지요”

그런 이이장의 목표는 단 하나다. 인심 좋은 옛날 마을들처럼 주민들 모두 하나가 되는 마을만들기다. 주민 개개인의 힘을 합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지리라 믿는단다.

특히 추진력 있는 젊은 세대들의 화합을 위해 힘쓸 생각이라고. 마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힘들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사랑방이 있어서 자주 대화하게 되고, 감정 대립이 있더라도 금방 해소가 됐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게 없어서 감정적으로 대립됐더라도 풀어지거나 견해차이에 대해 가까워질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해 안타깝지요”

이이장은 사라진 사랑방대신 스스로 사랑방이 돼 주민들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될 거란다. 2년의 이장 임기동안 바짝 노력해 화합을 이루고 물러나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장은 제지기에요. 마을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심부름꾼이지요.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제지기처럼 마을과 마을주민의 심부름을 잘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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