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쌓은 돌담이 인상적인 계곡면 강절리는 떨어진 쓰레기를 찾기 힘든 마을이다. 마을 미관에 특히 신경 쓰는 임경운(78)이장이 있기 때문이다.

임이장은 지난 1978년 도시로 떠나 삶을 꾸렸다가 20여년 만에 고향 강절리로 되돌아왔다. 그 후 임이장이 68세가 되던 해, 2년만 이장을 맡아달라던 주민들의 부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장을 하게 됐다.

거리가 반듯하게 정돈된 도시에서 살다 강절리에 돌아와 보니 임이장은 마을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가장 신경 쓰였단다. 이장을 맡기 전에도 마을 주민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임이장은 깨끗하고 깔끔한 마을 만들기에 주력했다. 임이장은 쓰레기가 자주 쌓이는 수풀이 우거진 곳이나 은폐지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주민들과 함께 개거를 시작했다. 시멘트로 깨끗하게 도배하고 석축을 하고 나니 그 이후로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단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니 주민들도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 자연스레 주울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더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주민들의 울력으로 돌담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마을 가꾸기 사업을 알게 됐고, 주민 모두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강절리 가꾸기에 돌입했다. 꽃길을 가꾸고, 마을 내부의 담벼락을 모두 돌담으로 바꿔나갔다. 할미바위나 탕건바위, 배틀굴 등 마을의 전설이 얽힌 바위와 굴을 정비하고 동백숲을 가꿔나갔다.

임이장과 주민들의 노력은 지난 2008년 참살기 좋은마을 사업에 참여한 1073개의 마을 중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이던 불리함을 딛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우리 강절리가 다른 건 몰라도 주민들 단결력만큼은 으뜸이지. 다른 마을에 절대 안 져. 마을가꾸기 할 때도 매일 울력하다시피 했어. 농사철에도 자기 일 끝나면 와서 마을 일 돕고 그랬지. 그만큼 협동심도 좋아”

지금도 마을길을 다듬기 위해 길 주변으로 나무를 심고, 자원봉사를 통해 환한 벽화도 몇 점 그려져 있단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이 고령화돼 예전처럼 울력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0여세 대 7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65세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임이장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울력이 힘에 부친다.


주민들 마음은 청춘인데 보탤 힘이 없어

“참살기 좋은마을 사업 할 때만 하더라도 훨씬 젊었지. 지금 65세인 주민들은 사업 당시엔 60살도 못 됐었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시골에 오질 않고 노인들은 계속 나이를 먹고. 이게 가장 큰 문제지”

지난 2010년까지 쭉 쌓아오던 돌담도 주민들과 울력하는 것이 힘들어 신축은커녕 보수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민들 간 울력을 놓고 작은 갈등도 벌어진다. “울력할 때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안 나오는 것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난감하지.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무조건 강요할 수도 없으니까. 이장인 내가 잘 중재하는 수밖에 없어”

고령화뿐만 아니라 마을 자금도 넉넉하지 않아 마을 가꾸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울력이 힘든 주민들 대신 사람을 불러서라도 마을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싶지만 물자를 구입할 비용조차 없어 아쉬울 따름이란다.

“그래도 우리 마을은 살기 좋은 마을이야. 부자 마을도 아니고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주민들 간에 서로 뭉치고 도울 수 있으면 그게 살기 좋은 마을이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부대끼며 사람냄새 나는 곳이 마을 아니겠어?”

임이장은 강절리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살았으면 좋겠단다. 고령화되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마음에서다. “주민은 늘어나지 않고 줄어들기만 해”라는 말이 임이장의 마음을 대신한다. 젊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마을이 될 때까지 마을일에 열심히 매진할 생각이란다.

내 일보다는 마을일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이장을 할 수 있다는 임이장. 그는 이장을 마을의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장이 아무리 앞에서 끌고 가려고 해봐야 주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냐. 주민들이 마을의 얼굴이지” 우직하고 곧게 서서 주민들을 감싸 안는 임이장은 강절리의 돌담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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