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명의 화합을 책임지는 무게는 어느 정도나 될까. 구교리 김상철(71)이장은 구교리의 약 800세대, 주민수 3000여명을 이끌어온 지 벌써 16년차다.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구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기에 마을 일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김이장이 처음 이장을 맡았던 이유는 마을자금때문이었다. 마을 행사나 대소사가 있어도 이를 치를만한 자금이 없었던 것. 김이장은 첫 이장 임기동안 고깔을 쓰고 꽹과리를 치며 집집마다 희사금을 걷으러 다녔다.

그렇게 주민들의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600만원 중 200만원으로 마을 회관 방을 새로 지을 수 있었다. 약 50년 전 지어진 회관은 주민들의 울력으로 지어진 곳이어서 변변한 방 한칸도 없었단다.

김이장은 회관을 정비하고 남은 돈 400만원을 고스란히 그 다음 이장에게 물려주고 본업인 농사일에 매진했다. 그러다 주민들의 권유로 다시 이장을 맡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단다.

김이장의 마을살림은 알뜰살뜰하다. 3년 전 마을 회관 2층은 결혼식장이 꾸며져 있었다. 최근에는 모두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마을회관 결혼식장은 쓸모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공간을 버려둘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김이장은 회관 보수를 신청해 일반 주택처럼 내부를 고쳤다. 현재는 세를 주고 그 돈을 마을 자금으로 쓰고 있단다.

LG·SK 통신사에서 회관 2층에 안테나를 설치한 후 매년 사용료로 주는 돈도 착실하게 모으고 있다. 마을 개발위원회에서 자금을 관리하는데 마을 자금으로 2000만원 정도를 모았다고 말했단다.

이렇게 모인 마을자금으로는 읍민의 날 출전하는 선수들의 옷과 식사, 2년마다 한 번씩 여는 경로잔치 등이나 노인 관광에 사용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을 단위로 일을 치르는 것도 자금이 필요해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 희사금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 주민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면서 마을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그린마을으로 선정돼 꽃길 가꾸기와 절약활동을 펼쳤다. 마을발전을 위해 절약을 생활화하는 그린사업을 권유받았는데, 800여세대나 되는 주민들이 잘 동참해줘 결과가 좋았단다. 특히 아파트에서 전기절약을 잘 해줬다고.

구교리 아파트 세대는 440여 세대로 주민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 주민이다. 마을 주민이 워낙 많아 아파트를 돌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란다. 김이장은 “마을이 워낙 커서 일일이 의견을 들을 수가 없어요.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아파트 대표나 부녀회장이 살림을 하고 있어 그분들이 취합한 의견을 참고하고 있지요”라며 아파트 대표들이 김이장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360여세대 되는 단독세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을을 자주 돌며 주민들을 만난다. 직접 김이장을 찾아오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성실하게 듣고 있단다. 얼마나 성실한지 마을 노인들이 적적하지 않게 가까운 관광지라도 모셔다드리고 싶어 개인 차량을 15인승 승합차로 구매해 운행한지 벌써 10여년이 됐다.

“요즘은 세 명만 있어도 배가 거꾸로 가요. 사람 마음이 다 다르거든요” 주민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늘 생기는 일이다. 아파트 등의 건물이 들어서기 위해 공사가 진행되면 소음문제 때문에 회의도 여러 차례 연다. 좁은 길 탓에 소음문제가 더 민감하단다. 그때마다 김이장은 주민들이 납득할 때까지 일일이 설명한다.

올해는 좁은 도로도 폭을 넓히는 정비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마을 입구부터 회관을 지나는 길은 폭이 4m도 안돼요. 다행히 이 도로를 10m로 확장하게 됐어요. 길이 좁아 주민들이 불편해했었는데 다행이지요”

해남제일중 뒤편에 만들어진 주차장도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가꾸게 됐다. 주차장 관리가 전혀 안 돼 아침저녁으로 김이장이 직접 쓰레기를 줍고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을 주민들을 위해 쉼터로 개발한단다. 320여 평의 공간이 쉼터로 거듭나면 주민들의 여가시간이 더욱 풍족해질거라며 흐뭇해한다.

김이장의 목표는 주민들이 잘 살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마을이 크다보니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마을에 일이 있을 때 구교리 주민으로서 가족처럼 협동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단다.

주민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게 하려면 누구보다도 이장인 자신이 먼저 모범이 되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은데 주민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일만 시키면 누가 말을 듣겠어요? 모름지기 이장이라면 주민에게 모범되는 일과 행동을 먼저 할 수 있는 능력과 아량이 있어야죠”

구교리를 1등 마을로 만들 그 날까지 봉사하는 마음과 책임감만 갖고 이장일에 임하겠다는 김이장. 3000여명 주민들의 행복을 지고 있는 그의 어깨가 넓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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