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헌옷수거함들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부피를 작게 줄여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깔끔한 다지인부터, 헌옷수거함인지 버려둔 플라스틱 통인지 알 수 없는 수거함까지. 헌옷 수거함은 관심을 갖고 길을 걷다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관리주체에 대해서까진 쉽게 알 수 없었다.

아파트에서 쭉 살았기 때문에 헌옷수거함은 어디에나 있는 ‘당연한’것인 줄 알았다. 아무런 연락번호 없이 당당하게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당한’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의구심을 품고 취재를 해보니 군에서도 쉽사리 손댈 수 없는 개인 소유물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정한 관련 법규가 없어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례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기 다른 정책이 펼쳐지고, 혹은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는 곳이 많아 주민들의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

물론 버려지는 헌 옷을 재활용해 필요한 곳에 저렴히 판매한다면 판매자는 돈을 벌고, 버리는 사람은 환경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어디까지나 주민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헌옷 재활용의 취지가 좋다하더라도 정작 그 수거함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주객전도나 다름없는 것이다. 수거함을 설치한 업체에서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진 않는지 꾸준히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설치한 뒤 이득만 챙기는 ‘나몰라라’식 태도는 지양되야 한다.

주민들의 의식에도 전환이 필요하다. 헌옷수거함이 있는 곳이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으로 인식하는 몇몇 양심불량 주민들 때문에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헌옷 수거함을 설치한 업체에서 지속적으로 주변 미화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헌옷수거함 주변뿐만 아니라 전봇대, 골목길 담벼락 등 곳곳에서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쓰레기 불법투기에 대한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아름다운 해남, 깨끗한 해남을 만들기 위해서 관련 법규 제정과 군민의식 함양,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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