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동안 추어탕으로 입소문난 식당이 있다. 52년 전통을 자랑하는 천변식당이다. 성수자(66)사장은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실력으로 2대째 천변식당을 꾸려나가고 있다.

성사장의 추어탕 맛은 해남에서 잡은 토종 미꾸라지를 정성스레 손질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푹 고아낸 미꾸라지를 시어머니대부터 일일이 손으로 발라냈기 때문이다.

오래 고아내면 되레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을 고아내는 것도 성사장만의 비결이다. 조심스레 미꾸라지의 살과 뼈를 발라낸 뒤, 뼈는 진한 육수를 내기 위해 한 번 더 끓여낸다. 여기에 진하고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5시간을 푹 고아낸 비법육수를 함께 끓인다.

육수가 준비되고 나면 매년 직접 담그는 집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 성사장은 “집된장이 추어탕의 국물맛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시판 된장은 조미료가 들어가 달기만 하고 깊은 맛이 없어 손수 담근 된장을 쓴단다. 천변식당 맛의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무, 배추 시레기를 함께 넣어 시레기 맛을 살리고 살짝 매콤하게 양념을 한 뒤 들깨가루 등을 넣으면 완성이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손님을 위해 송송 썬 청양고추를 함께 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어탕의 국물을 한 수저 뜨면 깔끔하면서도 진한 육수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고소한 맛이 감도는 국물에는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손으로 미꾸라지를 발라낸 정성이 여기서 나타난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집된장의 구수한 깊은 맛이 더해지니 끓이면 끓일수록 별미다.

민물고기 특유의 부드러운 미꾸라지 살과 보들보들한 시레기를 한 입에 넣고 국물 한 수저 떠먹으면 겨울철 추위는 금세 사라진다. 토속적인 향과 뜨끈한 국물이 하모니를 이룬다. 계절나물로 차린 6가지 밑반찬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특히 고추젓갈은 시어머니때부터 인기 있던 밑반찬이다. 얼큰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보리밥으로 발효시켜 만든 고추젓갈은 삭히면서 나온 국물이 진국이다. 밥을 휘휘 비벼 먹으면 한 공기가 뚝딱이다.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고추젓갈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천변식당에서는 추어탕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 짱뚱어탕, 연근삼계탕, 오리탕도 차려낸다. 짱뚱어탕 역시 갈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발라낸다. 지금의 천변식당과 추어탕이 있기까지는 시어머니 박기순씨의 고생이 컸단다. 지금도 어머니가 오셔서 많이 조언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성사장은 식당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친절이라고 말한다. “항상 변함없이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식당의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거죠. 친절과 맛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추어탕에 담긴 52년 정성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손님께 전해드리는 것이 꿈이라는 성사장. 손님들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는 인사에 성사장은 오늘도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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