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면 신죽리 주민들에겐 정채진(66)이장의 손길이 구석구석까지 미친다. 정이장은 지난 2001~2003년에 이장을 역임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이장을 다시 맡았다. 주민들의 신임이 보장된 이장이다.

신죽리는 37세대가 살고 있는 마을로, 70여명의 주민들 대다수가 부모세대부터 대를 이어 살아온 토박이들이다. 예전에는 80세대가 넘게 살았었던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전부 객지로 떠나거나 노령으로 돌아가셔서 마을 주민수가 많이 줄었단다.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주민들은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많다. 60대 이하가 서너 명 밖에 되지 않아 평균 나이가 7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마을이다. “마을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노인들 안부와 건강이지. 독거노인들도 있고 주민들 대부분 연세가 많다보니 한 명이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 마을 주민들에 대한 정이장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유일한 놀이공간이자 사랑방인 마을회관에 매일 나오다시피 한다. 그러다 며칠 안보이기라도 하면 정이장은 집으로 찾아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핀단다. “연령층이 높으니 며칠만 안보여도 신경쓰이지. 혹여 어디가 아파도 시골마을에서 병원에 가는 건 시간이 좀 걸리니까 평소에 자주 뵙고 상태를 봐야해”

신죽리에는 한 달에 1~2회 노인협회에서 건강체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옥천면에서 유일하게 신죽리만 방문한단다. 보건소에서 혈압이나 당뇨 등 건강체크를 진행하고 1년에 1회 치과질환 검진도 이뤄진다. 하지만 노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백내장 등 안과검진은 개인적으로 해야 하고, 신경통․관절염 등 노화로 인한 질환을 앓는 주민이 많아 “병원 다니는 게 일이지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마을에 운동기구가 전혀 없어 체조프로그램 등이 운영되지 않을 때는 마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운동의 전부다. 노인들이 틈틈이 할 수 있는 스트레칭 기구나 맨손체조 시설기구가 있었으면 해 부탁은 해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른단다.

또 정이장은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없어 걱정이 크다. 12월부터 3월까지 농한기가 찾아오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단다. 고추 육묘를 하는 농가가 있긴 하지만 겨우 3농가이고 규모도 크지 않다. 연세가 많아 힘쓰는 일이 많은 노동도 할 수 없다.

면단위에서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거리 찾기가 더욱 힘들다. “읍내 노인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왕복 교통비도 있고 마을버스가 하루에 네 번밖에 다니질 않아. 생계를 위한 돈보다 시간떼울 수 있을만한 소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지”란다.

할 일이 없어 마을회관에 나와 담소를 나누거나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정이장은 마음이 아프다. 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이나 무료하게 보내는 하루를 메워줄 활동이 없어 정신적으로 고독해지기 때문이다. 정이장은 “마을에 소일거리로 할 만한 사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라고 털어놓는다.

음력 7월 보름이면 신죽리에는 작은 행사가 열린다. 바쁜 농사일이 조금 한가해질 무렵, 마을 상반기 대소사를 이야기 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100년 정도 내려온 마을 전통으로 정을 나누던 풍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단다. 지난 2004년엔 생활민방위 시범마을로 선정돼 주민들과 함께 민방위활동을 했다고. 정이장은 그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 장관표창상을 받았다.

또 신죽리는 자력으로 전기송전설비을 완료한 마을이다. 지난 1972년 마을의 뒷산을 팔아 전봇대 등을 세우고 각 집으로 전선을 연결했다. 그때의 전기시설을 지금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40여년이 지나는 동안 노후가 많이 진행돼 큰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불안하단다. 가정에 들어가는 전선에 대한 점검은 개인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는 점 때문이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진 가옥은 더 걱정이라고.

“마을이란건 정이 있고, 이웃 간에 큰 소리 나지 않고 배려하며 살면 되는 거지”라는 정이장. 정이장은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는 마을을 지켜나가는 것이 꿈이다. 한 주민은 “우리 정이장은 A급 이장이여. 워낙 주민들 일도 잘 봐주고 열심히 하니께. 앞으로도 최소 3년은 이장 더 해야혀”란다. 주민들과 화합하는 정이장의 뒤에는 주민들이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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