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다. 좁은 소견으로 사물을 살펴 보았자 그 전체의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말기의 일이다. 뒷날 동양 의학의 元祖(원조)이자 醫聖(의성)으로도 일컬어지는 扁鵲(편작)이 괵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였다.
마침 병을 앓던 이 나라의 태자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궁정의 의사를 찾아 갔다. 태자의 병이 무슨 병인가를 물어보고 현재의 상태를 알아낸 편작은 말했다.
"그럼 내가 태자를 소생시켜 보겠습니다."
편작이 팔을 걷고 나서자 궁정의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무책임한 말씀은 삼가시오.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듣지 않을게요."
그러자 편작은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듯 말했다.
"당신의 의술 따위는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며(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과 같소."
잠시 뜸을 들였다가 편작은 말을 이었다.
"당신이 내 말을 정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태자를 살펴보시오. 그의 귀가 울고 코가 벌름거리는 소리가 들려올게요. 그리고 양쪽 사타구니를 쓰다듬다가 음부에 손이 닿으면 그곳은 아직 따뜻할 것이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진찰해보니 편작이 말한 그대로이자, 궁정의사는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괵나라 임금은 편작에게 매달렸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는 소생했고 치료를 더하자 20일 후에는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편작이 죽은 사람도 소생시킬 수 있다고 말하자 편작은 이렇게 말했다.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게 아니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 것뿐이오'"


일명경인(一鳴驚人)

평소에 묵묵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해내는 것을 말한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은 30살이 채 못 되는 젊은 나이에 즉위하여 득의만면했다. 그는 국사를 내팽개치고 매일매일 주연을 벌여 밤을 지새며 마시는 일도 있었다.
조정에 나갈 시각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어 자연 신하도 깨우는 것을 삼갔다. 이렇게 3년이 지났다.
정치는 혼란한데다 국경은 자주 침범당해 나라 꼴이 엉망이었다. 신하들은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걱정했지만 아무도 감히 왕에게 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보다못한 대부 순우곤(淳于곤)이 어느 날 왕을 배알했다.
순우곤은 몸집은 작지만 재치있는 변설에 능한 사람이었다.
"이 나라에 큰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무슨 새인지 아십니까?"
왕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
此鳥不飛則已(차조불비즉이)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뿐이지만/一飛沖天(일비충천)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르며/不鳴則已(불명즉이)울지 않으면 그뿐이지만/一鳴驚人(일명경인) 한번 울면 사람을 놀랜다.

순우곤이 말을 마치자마자 왕이 술잔을 내던졌다. 그리고 많은 신하를 이끌고 국내 순시에 나섰다. 먼저 즉묵(卽墨:산동성)에 갔더니 논밭은 잘 경작되어 작황도 순조로우며, 백성의 생활도 풍요로운 데에 만족했다.
왕은 즉묵의 대부를 불러 "이만큼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 그대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내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칭찬하며, 즉시 1만호의 봉토(封土)를 주었다.
다음에 간 아(阿)는 논밭이 황폐해져 있었고 백성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왕이 대부를 불러 내어 꾸짖었다. "이런 모양인데도 그대를 칭찬하는 소리가 내 귀에 따갑게 들린 것은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시 분명하다."
귀경한 위왕은 전국 72현의 현령을 소집하고 신상필벌의 평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아의 대부는 특히 악질이라 하여 솥에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에 처하고 그를 칭찬한 자도 같은 죄라 하여 처단했다.
그 후로 제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백성의 생활도 안정되었고 또 위(魏)나라를 공격해 토지를 할양받았다.
이후 제나라는 몰라볼 정도로 변화되었다. 위왕은 일명경인(一鳴驚人)한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