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칙칙” 압력밥솥 추 돌아가는 소리와 갓 지어 구수한 밥내음이 가득한 식당이 있다. 바로 삼산면 산마루터다. 산마루터 성승철(71)사장과 아들 상훈(41)씨다. 부자가 지난 2005년 두륜산케이블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식당을 운영해온지 벌써 10여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여느 식당처럼 백반과 산채비빔밥으로 시작했다. 산마루터만의 특성을 지니기 위해 메뉴를 고심한지 3년, 그렇게 찾은 메뉴가 바로 돌솥밥이다. 일반 돌솥밥 그릇에 시작했다가 더 맛좋은 밥맛을 내기 위해 1인 압력밥솥으로 바꿨단다.

산마루터의 인기 메뉴는 영양돌솥밥(1만원)과 순두부청국장. 돌솥밥을 시키면 순두부 청국장이 함께 나온다.

영양돌솥밥은 먼저 깨끗하게 씻은 쌀과 검정쌀, 현미 등의 잡곡을 밥솥에 담는다. 그 위에 검은콩, 붉은콩 등과 은행, 당근, 황토고구마를 올려낸다. 예전엔 밤을 올렸었는데 지역 토산물을 넣어야겠다 싶어 황토고구마를 올린단다.

다음은 압력돌솥이 힘을 발휘할 차례다. 뚜껑을 맞물리게 닫고 13분을 기다린다.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돌솥조리기가 홀 한켠에 떡하니 비치돼있어 기다리는 동안 밥솥 추가 돌아가는 정겨운 소리와 독특한 압력돌솥 감상은 덤이다.

압력돌솥은 뚜껑을 열지 않은 채 상에 오른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밥솥의 뜨거운 김을 빼면 증기가 후욱 피어오른다. 묵직한 뚜껑을 열면 영양돌솥밥의 구수하고 향긋한 밥내음이 콧속을 간질이며 얼른 한 술 뜨라고 재촉한다.

갓 지은 밥을 한 입 가득 맛보면 잡곡이 씹히는 질감과 쌀의 보드라움이 더해져 감칠맛을 더한다. 고등어묵은지찜, 각종 젓갈과 나물 등 10여가지가 넘는 소박한 계절밑반찬과 함께 먹어도 좋고 양념간장 휘휘 뿌려 비벼먹어도 별미다.

함께 나오는 순두부청국장은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강하지 않다. 진한 청국장 냄새를 선호하지 않는 요즘 분위기를 맞췄단다. 뚝배기에 청국장과 순두부와 팽이버섯, 무 등을 넣고 살짝 매콤하게 끓여내면 돌솥밥과 찰떡궁합인 순두부청국장이 완성된다.

돌솥밥을 먹기 전 밥을 퍼내 그릇에 담고, 돌솥바닥 두툼히 눌어붙은 누룽지에 보리차를 따른 뒤 식사하면 호로록 넘어가는 고소한 숭늉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산마루터는 영양돌솥밥뿐만 아니라 찰밥돌솥밥(12000원)을 내놓고 있다. 찰밥은 흔히 명절이나 생일에 가정에서 먹는데, 성사장은 발상을 바꿔 식당에서도 찰밥을 내놓게 됐단다. 산채비빔밥과 백반도 하고 있는데 단체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성사장은 손님들 입맛과 선호도를 맞추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하고 있다. 손님들을 배려해 가게 천장을 V형태로 만들어 냄새가 쉽게 빠져나가도록 설계했을 정도다.

연구 덕분인지 처음 온 손님들은 영양돌솥밥을 보고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손님들이 처음엔 밥솥의 모양을 보고 놀라고, 그다음 뚜껑을 열 때의 소리에 놀라고, 먹을 때 생동감에 놀라더라고요”란다. 지금은 단골손님들도 많이 찾아오는데 미리 전화 해 “지금 밥 눌러 놓으쇼잉”하고 말할 정도다.

손님들의 “잘 먹었습니다”는 말이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라는 성사장의 운영 철학은 ‘구름도 머물다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곳’이다. 음식 맛에 이끌린 손님들이 머물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밥내음에 이끌린 손님들이 밥맛 때문에 머무를 수 있는, 해남 제일가는 식당을 꿈꾸는 산마루터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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