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활에서 쏘아진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없어져 맥을 추지 못한다. 강대한 힘도 최후에는 쇠퇴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말
한(漢)나라는 개국 당시부터 줄곧 북쪽의 흉노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다. 거듭되는 침범에 高祖(고조)가 몸소 대군을 이끌고 출진하다가 흉노에 포위당하여 간신히 풀려다는 곤욕도 치렀다.
막강한 한나라도 흉노에는 친화술로 대처했다. 고조는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에게 미인과 막대한 예물을 보내면서 형제국으로 지내자는 조약을 맺고 해마다 선물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러나 흉노는 그 후에도 조약을 깨고 이따금 변경을 넘어와 약탈소동을 벌이곤 했지만 한나라는 그때마다 쫓아내기만 할 뿐 전면 전쟁은 피했다.
이런 상태가 수십 년 지속되고 있던 어느 해 흉노가 한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요청해왔다. 武帝(무제)는 이 일에 대한 중신들의 의견을 물었다. 王恢(왕회)라는 중신은 화친을 극력 반대하면서 흉노는 항상 중원을 침략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흉노 토벌을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의 국력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어사대부 韓安國(한안국)은 왕회의 의견을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 군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수천리길을 원정하게 되면 지칠대로 지칠 겁니다. '강한 화살도 종말에는 얇은 비단조차 뚫지 못하게 됩니다.(强弩之極矢 不能穿魯縞·강노지극시 불능천노호)'
본래 힘이 없는게 아니라 막판에 힘이 쇠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흉노를 토벌하기보다 그들의 화친 요청을 들어주는 게 옳다고 여겨집니다."
다른 중신들도 한안국의 말에 동조하자 무제 또한 옳다고 여겨 흉노와 화친하게 된다. 세차게 날아가던 화살도 마침내 수그러져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검려지기(黔驢之技)
당나귀의 뒷발질. 서투른 짓거리를 말함
옛날 검(黔) 땅에는 당나귀가 없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은 어떤 사람이 당나귀 한 마리를 배로 실어 왔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당나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또 무엇에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산속에 놓아 먹이며 방치해 두었다.
어느 날 산속을 어슬렁거리던 호랑이 한 마리가 이 당나귀를 보게 되었다. 호랑이는 지금까지 당나귀를 본 일이 없었으므로, 신수(神獸:신령한 짐승)라 생각하고는 숲속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동정을 살폈다.
얼마 후 호랑이는 슬슬 주위를 살피며 숲에서 나와 당나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당나귀가 갑자기 소리 높여 울었다.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이건 분명 나를 잡아 먹으려는 것이다.' 생각하고 황급히 도망을 쳤다.
며칠이 지나자 그 우는 소리에도 익숙해지고 아무래도 무서운 동물은 아닌 듯했다.
호랑이는 당나귀의 주위를 서성거려 보았으나 당나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용기가 생긴 호랑이는 당나귀의 본성을 시험해 보려고 일부러 덤벼들어 보았다. 그러자 당나귀는 화가 나서 호랑이에게 뒷발질을 하였다.
이 서투른 동작 하나로 당나귀는 그만 자신의 기량을 폭로하고 말았다.
"뭐야, 요 정도야." 호랑이는 좋아하며 당나귀에게 덤벼들어 순식간에 잡아먹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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