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식품명인’ 한안자 씨의 키워드는 전통 장(傳統醬)이다. 1993년 고추장 된장 간장이 각 각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것을 비롯해 장류 (醬類) 말고도 여러 식품이 전통식품으로 지정 (농림부장관)되면서 식품전문가의 탄탄한 길에 올랐다.
된장 간장 고추장을 전통장이라고들 하나, 고추 장은 <증보산림경제>(1760년)에 처음 언급됐고 고추는 16세기말 우리 땅에 들어왔다.
상고시대부터 전해져온 된장 간장을 250년 남짓 역사의 고추장과 함께 ‘전통’의 틀로 다루는 것은 현대 소비자의 애호에 맞춘 것이겠다.
한안자 명인은 광주 출생으로 조선대 가정학과를 나와 가정과 교사로 15년 일했으니 ‘식품명인’으 로서의 전제(前提)를 이미 확보한 후 출발선에 선 것으로 보겠다. 우리 지역으로서는 다행스런 일 이다.
이 분야 여느 전문가들과도 흡사하게 발효 식품이라고도 하는 장류식품의 전통을 찾아보는 일에서 옛 음식 또는 식품의 귀한 면모를 처음 발 견하며 소명(召命)의 삶을 시작한다.
‘정면 돌파’로 문제 해결하는 스타일
1990년경 나라도 어지럽고 우리네 살림도 팍팍할 때 이런 중요한 일을 선제적으로 펼친 밝은 눈 과 의욕, 참 대단하다. 그래서 이 터전 이룬 것이리라.
사실 음식분야를 문화의 범위에 넣어 ‘전승 하고 발전시키자’는 공감을 이룬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워낙 이 부문의 전통이 많이 망가져 온 터라 선구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시대 왕후 집안인 사직촌 한 씨 가문 의 30대손으로 태어나 한 씨 집안의 전통장류 비법을 전수 받았으며, 해남으로 시집와서는 시어머니로부터 해남 윤 씨 집안의 장류제조 비법까지 전수받아 50년간 이를 계승·발전시 키고 있다>
‘한안자 명인과 전통식품의 인연’은 대충 이렇다. 이런 과정에 대한 연구나 검증에 있어서 우리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는 작업이 뒷받침 되어야 할 필요를 최근 들어 자주 느끼게 된다. 산업화 시대, 마케팅 기술의 발전이 전통 식품 분야의 문화적인 측면을 혹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전통과의 인연’을 내세우는 상투적인 줄거리 나 어휘의 홍수가 이제는 시민들을 혼란에 빠 뜨리기도 한다. 대선배이며 학문적 바탕 갖춘 전문가 또는 선두주자로서 음식문화의 전통과 산업화를 잘 이끄는 것은 중요한 소명 중의 하 나일 터다.
한안자 씨는 대개의 일에서 에둘러 살피거나 주저하지 않고 본질에 바로 육박하는 스타일 을 구사한다.
사업 초기부터 농림부, 한국식품 개발연구원, 전라남도 전남대 농대, 목포대 등 과 연계하여 ‘조상의 발효식품의 맛과 지혜를 현대 과학으로 풀어내는 일’을 벌였다. 그 후 경과를 보니 그런 투자의 성과가 만만치 않았 다.
‘배부르지 않은 손님은 못 나간다’는 인심
소문나기를, ‘이 집은 손님이 배부르지 않은 채 대문을 나서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낙낙한 살림과 음식과 마음의 여유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남도인심의 개화(開花) 아니겠는가. 밥 먹으러, 체험하러, 공부하러, 된장 사러 줄 서 서 들르는 외지 손님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이 유다. 남을 기쁘게 하는 일, 우리로선 당연한 것인데...
전국 백화점과 농협 등에 2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각종 축제와 행사에도 적극적이다.
잘 마련한 냉장창고와 콜드체인시스템으로 품질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2010년 품질경영시 스템 ISO 9001 인증도 받고, 성실납세자 표창 까지 받았다.
그의 기업 귀빈식품(해남군 황산 면 시등로) 얘기다. 살림을 세련되게 꾸리는 야무진 기업의 모습이다. 매출 등 규모도 어지간하다.
그러나 이 기업의 지휘자이기도 한 한안자 씨는 ‘명인’으로서의 마음을 늘 접지 않는다.
‘인심과 음식이 둘이 아니고 하나 즉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그렇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퍼주는 것처럼 고객 을 대한다는 마음 씀씀이도 그렇다.
때때로 찾는 이가 너무 많을 때, ‘내 이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가는 이가 혹 있으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하는 이유다. 그래서 해질 때까지 늘 바쁘다. 기쁨이기도 하겠다.
한 씨의 카리스마는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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