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전남 진도 동거차도 해상에 침몰했던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수면위로 올라왔다
단원고 학생들이 사다리를 던져가며
깨려했던 4층 B-19 객실 창문이 외려 선명하다*
재킹 바지선의 도르래와 램프가 부딪혀
가슴 졸이던 시간도 지나
그렇게 어둠속으로 은폐하던
몸체가 적나라하게 끌어 올려졌다
3년 동안 감추며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거대한
몸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녹슬고 할퀴고 긁힌 자국
어느 한 곳도 성성한 곳이 없는데
아직도 저 속 음지에 돌아오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를 작사하고 기타를 잘 쳤던 남현철
주말마다 엄마 아빠의 여행길을 따라 나서던 체대 지망생 박영인
어려운 형편에 수학여행을 포기했지만 이모들 도움으로 따라 나섰던
유치원 교사 꿈을 간직하고 투정한 번 안하던 착하디착한 허다윤
구명조끼를 주며 탈출을 외치던 또치샘 고창석 선생님
매일 아침 호루라기를 불던 부지런한 양승진 선생님
이제 초등생이 된 막내딸만 혼자 두고
감귤 농사하겠다고 꿈에 부풀어 있던 권재근 씨와 아들 여섯 살 혁규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이제는 아들과 헤어지지 말자며 아들 짐을 싣고 탔던 이영숙 씨

이제는 돌아와야 한다
긴 잠수(潛水)를 깨치고 일어나 아직도 냉기의 한 서린 가슴
남녘의 은은한 봄빛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작메모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세월호가 올라왔다. 어려운 과정이란 것을 알면서도 답답하다. 올라올 것이라면 더 빨리 올라와야 했다. 올라오지 않아서 잊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아파졌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못 돌아온 아홉 분의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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