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음
군주가 위협을 당하며 어질고 정치를 잘 하는 선비가 기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비자(韓非子)는 한 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였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도 공손히 대접했으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 양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양천이 물었다.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렇습니다만,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린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소. 그래서 술이 안 팔리고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요."
이와 같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어진 신하가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께 아뢰고자 해도 조정 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떡 버티고 있으면 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이다.

금의야행(錦衣夜行)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아무 보람없는 행동, 입신출세(立身出世)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음의 비유하는 말이다.
유방(劉邦)에 이어 진(秦)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에 입성한 항우(項羽)는 유방과는 대조적인 행동을 취했다.
우선 유방이 살려 둔 3세 황제 자영(子孀)을 죽여 버렸다(B.C. 206). 또 아방궁에 불을 지르고 석 달 동안 불타는 그 불을 안주 삼아 미녀들을 끼고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시황제 무덤도 파헤쳤다. 유방이 창고에 봉인해 놓은 엄청난 금은보화도 몽땅 차지했다.
모처럼 제왕의 길로 들어선 항우가 이렇듯 무모하게 스스로 그 발판을 무너뜨리려 하자 모신 범증이 극구 간했다. 그러나 항우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오랫동안 누벼온 싸움터를 벗어나 많은 재보와 미녀를 거두어 고향인 강동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자 한생이라는 사람이 간했다.
"관중(關中:함양을 중심으로 하는 분지)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요충지인데다 땅도 비옥하옵니다. 하오니 이곳에 도읍을 정하시고 천하를 호령하시오소서."
그러나 항우의 눈에 비친 함양은 황량한 폐허일 뿐이었다. 그보다 하루바삐 고향으로 돌아가 성공한 자신을 과시하고 싶었다. 항우는 동쪽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귀한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錦衣夜行]'과 같아 누가 알아줄 것인가……."
항우에게 함양에 정착할 뜻이 없다는 것을 안 한생은 항우 앞을 물러나자 이렇게 말했다.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고 갓을 씌워 놓은 것처럼 지혜가 없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대로군. 원숭이는 관을 씌우고 띠를 매에도 오래 견디지 못하므로 어쩌면 초나라 사람의 급한 성질과 그렇게 똑같은지 알 수가 없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항우는 크게 노하여 당장 한생을 삶아 죽였다고 한다.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일이라도 고향에 돌아가 출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항우의 심정이었다. 비슷한 숙어에 '비단옷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금의환향>이 《삼국지》<위지>에 전한다. 나중에는 '입신 출세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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