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을 빈다는 뜻으로, 늙은 재상(宰相)이 벼슬을 내놓고 물러가기를 임금에게 청원하는 것.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에게 쫓긴 한왕(漢王) 유방(劉邦)이 고전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유방은 지난해(B.C. 203) 항우가 반란을 일으킨 팽월(彭越) 전영(田榮) 등을 치기 위해 출병한 사이에 초나라의 도읍인 팽성을 공략했다가 항우의 반격을 받고 겨우 형양(河南省) 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수개월 후 군량 수송로까지 끊겨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자 항우에게 휴전을 제의했다. 항우는 응할 생각이었으나 아부(亞父: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란 뜻) 범증(范增)이 반대하는 바람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유방의 참모 진평(陳平)은 간첩을 풀어 초나라 진중(陣中)에 헛소문을 퍼뜨렸다.
'범증이 항우 몰래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고.
이에 화가 난 항우는 은밀히 유방과 강화의 사신을 보냈다. 진평은 항우를 섬기다가 유방의 신하가 된 사람인 만큼 누구보다도 항우를 잘 안다. 그래서 성급하고도 단순한 항우의 성격을 겨냥한 이간책은 멋지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진평은 장량(張良) 등 여러 중신(重臣)과 함께 정중히 사신을 맞이하고 이렇게 물었다.
"아부께서는 안녕하십니까?"
"나는 초패왕의 사신으로 온 사람이요."
사신은 불쾌한 말투로 대답했다.
"뭐, 초왕의 사신이라고? 난 아부의 사신인 줄 알았는데 ……."
진평은 짐짓 놀란 체하면서 잘 차린 음식을 소찬(素饌)으로 바꾸게 한 뒤 말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사신이 돌아와서 그대로 보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그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 범증은 크게 노했다.
"천하의 대세는 결정된 것과 같사오니, 전하 스스로 처리하시오소서. 신은 이제 주군께 바쳤던 해골을 돌려받아[乞骸骨] 초야에 묻힐까 하나이다."
항우는 어리석게도 진평의 책략에 걸려 유일한 모신(謀臣)을 잃고 말았다.
범증은 팽성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등창이 터져 75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출전]《史記》

견토지쟁(犬兎之爭)
개와 토끼의 다툼이란 뜻으로 양자의 다툼에 제삼자가 힘들이지 않고 이(利)를 봄에 비유. 횡재의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 왕에게 중용(重用)된 순우곤은 원래 해학과 변론의 뛰어난 세객(說客)이었다. 제나라 왕이 위(魏)나라를 치려고 하자 순우곤은 이렇게 진언했다.
"한자로(韓子盧)라는 매우 발빠른 명견(名犬)이 동곽준(東郭逡)이라는 썩 재빠른 토끼를 뒤쫓았사옵니다.
그들은 수십 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돈 다음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개도 토끼도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나이다.
이 때 그것을 발견한 전부(田父,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을 하였나이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지치고 쇠약하여 사기가 말이 아니온데 서쪽의 진(秦)나라나 남쪽의 초(楚)나라가 이를 기화로 '전부지공'을 거두려 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이옵니다."
이 말을 듣자 왕은 위나라를 칠 생각을 깨끗이 버리고 오로지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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