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황토는 상징이다 뜨거운 깃발이다.
달려가도 못 잡을 비백의 그리움으로
프레임을 넘어서는 신선한 충격의 전이(轉移)
오래된 옷 같이 헐거워진 생각과
낯익은 풍경의 편안함으로 위장된
A는 A이면서 A너머의 B C D E
말할 수 없는 가벼움과 위험이 숨어있다
황색의 석영(石英), 장석(長石)의 미립(微粒)이 모여서
빗물 속의 석회질을 모아 비옥하고 부드럽게
싹을 내고 곡물을 키워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바람이 수만리 예까지 데려와
누르고 거무스름한 땅에 뉘인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는 눈 못 감을 그리움이 있다
깨끗하고 매력적인 단순함이 음표를 부르고
하나의 색깔로 규정할 수 없는 미묘함이
두 옥타브를 넘어서 물과 불의 건반을 두드려
지구 모든 땅에 서사적 랩소디를 만든 것이다
황토처럼 끈끈한 인간애와 사랑으로
온유함과 넉넉함과 자비와 양선으로
소리되어 폭포되어 너에게로 달려간다
시골 처녀의 풋풋한 맨얼굴처럼
우직하면서도 꾸밈을 모르는 순수함으로
겨울의 가장 추운 이마에서도 햇살로 빛나리
수백 번의 두드림으로 황토방을 만들 듯
항균 기능 솔잎까지 넣어 황토 반죽으로 빚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
실직과 노숙,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먼지 가득한 하루를 견디는 뜨신 구들이 되리
겹겹이 황토를 발라 살아 숨 쉬는 네 방(房)이 되리

 

■시작메모
황토는 전라도의 흙이고 한국의 흙입니다. 황토는 소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직한 눈망울이 있고, 우멍한 울음이 있고 뚜벅뚜벅 걷는 정직한 걸음걸이가 있습니다. 소잔등 너머 겨울 햇살이 눈부십니다. 남은 한 해의 시간들이 그 잔등의 햇살처럼 애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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