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丁은 붉은 색, 酉는 술동이 모양
붉은 닭의 해다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닭, 계림(鷄林)
신라의 시조 김알지가 탄생한 숲의 이름이다
계림이 신라로 바뀌고 천년의 문화를 이룩했다

신령한 닭, 닭은 신의를 지녔다
매일 새벽 시간을 알린다. 꼬끼요오 운다
시계가 없던 시절
시골에서는 닭 울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닭의 볏은 고관의 벼슬처럼 기세가 당당하다
미사여구의 문필을 닮았다

닭은 또 같이 어우러지는 어짐을 지녔다
어느 한 마리가 울면 온 마을의 닭들이 이어 운다.
흩어진 낱알이라도 불러서 같이 먹는다 꼬꼬 꼬꼬
어서와 어서 소리내어 부른다
그런가 하면 무사의 정신도 있다.
날카롭고 날렵한 발톱은 戈를 떠올린다
용감하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치켜 서서 적을 대항하는 닭

닭은 신(信)과 문(文)과 무(武)
인(仁)과 용(勇)을 지녔다
오덕을 갖추었다

그러니 식음을 전폐하고 알을 품는 어미 닭
예삿일이 아니다
밖에서도 쪼고 안에서도 쪼아 하나가 되는
줄탁동시(啐啄同時) 거짓말이 아니다

땅을 종종거린다고 결코 업신여기지 마라
천만도 더 땅에 파묻은 한반도여! 금수강산이여!
정수리를 쪼아 피멍이 들기 전에
이제는 제발 정신 차려야한다


■시작메모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으로 전국의 닭들이 수난입니다. 닭의 해라는 것이 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달걀 값이 소고기 값보다 더 비싸진 것은 아무래도 업신여기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 같습니다. “정말 이것이 나라냐” 또 그러게 생겼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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