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효친에 지극정성인 미야리에는 마을봉사에 지극정성인 용종희(76)이장이 있다.

고향 미야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용이장은 2000년부터 14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장을 해온 베테랑 이장이다. 용이장은 교회장로로 30년 간 봉사하고 원로가 된 뒤 “신께 이만큼 봉사했으면 신도 정성을 알아줄 것이다. 이제는 마을에 봉사를 해야 하지 않나”싶어 이장노릇을 자처했단다.

미야리는 175세대 320여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제법 큰 마을이지만 마을 자산은 많지 않다. 하지만 경로효친에 있어서는 그 어떤 마을도 따라올 수 없는 풍족한 마을이다.

지난 1949년부터 지금까지 경로효친잔치를 총 64회나 열어 마을 노인들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있다. 매년 4월 27일에 경로잔치를 여는데 단 한 번도 열지 않은 해가 없단다. 미풍양속이 너무도 아름다워 마을 이름인 미야리에 아름다울 미(美)를 써서 짓게 됐다.

경로잔치는 부녀자들이 음식을 장만해 부모님들께 대접하고 즐겁게 해드리던 풍속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 1984년 65세 이하 마을주민들로 구성되는 경로회가 생기면서 미야리의 경로효친 풍속이 더욱 단단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한다’, ‘남의 부모도 내 부모와 같이 공경한다’, ‘부모님께 효도하듯 불우이웃 노인을 존경한다’, ‘경로정신 이어받아 자주근면 협동한다’는 4대 강령을 지키며 경로효친사상을 이어오다 보니 지난 1985년과 2002년에 경로효친우수마을로도 선정됐단다.

경로잔치 날이면 100여명의 어르신들은 한복과 양복을 곱게 차려입고 그간의 회포를 푼다. 용이장도 경로잔치를 즐겨야 할 고령의 나이이지만 이장으로서 경로회에 협조하기 위해 잔치를 즐기는 건 잠시 미뤘단다.

용이장은 “올해 30년간 숙원 하던 사업을 이뤄내 이장을 하며 가장 기쁜 한 해“라고 말했다. 미야리가 속해있는 미학지구는 80년대 농지정리를 했는데 이후에 비가 50mm정도만 와도 침수가 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올해 193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30년 만에 배수개선사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배수개선사업에 선정된 것은 용이장의 노력이 크다. 용이장은 “지난 2010년 10월에 미학지구에 대한 주민 400명의 건의서를 받아 농림수산식품부 등 5개 부처에 보냈는데 드디어 배수개선사업이 필요하다는 타당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장하기 전부터 마음에 걸려 이장을 시작한 후 숙원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배수개선부분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이 편해질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단다.

용이장은 욕심 많다는 소리를 더러 듣는다고 한다. 마을을 위해 사업을 하나라도 더 끌어오려다 보니 듣는 소리다. “이장들이 다 그렇지. 마을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까 싶어 사업이나 지원을 받으려고 욕심 부리지. 욕심 없으면 이장 못해. 마을 위해서 총대 메고 나설 수 있어야 이장이지”란다.

이런 용이장의 욕심은 미야리의 농로를 평탄하게 만들었고 보행로가 설치되는 등 고스란히 주민들의 편의로 돌아왔다. 용이장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노인복지기여 군수표창상도 받았다.

용이장은 후배들을 위해 이장직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하는 중이라면서도 산정사거리 도로포장과 도로측구를 개거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다. 노령인구가 많은 마을이라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도 많아 노인들이 외롭지 않도록 보금자리 사업도 신청할 계획이란다.

14년 동안 이장에 매진한 경력이 어디 가랴, 용이장이 이장을 마무리하려는 지금도 주민들이 마음 편히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런 노력은 주민들이 하나 되길 바라는 꿈이 원천이다. “우리 마을이 부유한 마을이 되는 것도 좋지만 주민들이 융화가 잘 돼서 일심일체가 되길 바라는 것이 이장으로서의 꿈이야”란다. 그런 용이장을 꾸준히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가 있어 큰 걱정 없이 이장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넌지시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이 내 철학”이라는 용이장. 마을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모시고 봉사하는 미야리의 아름다운 풍속이 용이장의 철학에도 스며들어 있다.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