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

늦저녁, 캄캄한 돌계단 같이 앉아 있는 여자

뿌리째 뽑힌 어린 나무 같은 여자
잊혀진 이름 백제 같은 여자
소리도 바람도
몸을 건널 수 없는 거울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강물소리 같은 여자
상큼하게 사각거리는
ㅅ이나 ㅊ같은 여자
눈 내리는, 눈 쌓이는 계곡 같은
적소謫所같은 물음표 같은 여자

슴슴이 스미는 저녁연기
안개 같은 여자
그 안개의 門, 그 안개의 눈
가장 가까이 숨겨놓은 애인 같은 여자


■시작메모
가끔은 무색무취의 삶이었으면 하는 때가 있습니다. 임의적으로 분방하게 대인관계를 하다보면 개성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더욱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상처를 받았을 때는 사람들이 싫어지기도 하지요. 나도 분명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두커니 주변에 있어서 표가 나지는 않지만 어려울 때는 어김없이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지요. 무국 같은 친구입니다. 들레는 친구보다 다수굿한 친구가 되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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