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청정식품 매생이를 푸짐하게 한 그릇 끓여내는 송지면 동산회관을 찾았다. 식당 사장은 임화식(52)씨. 서울에서 18년간 여행사를 다녔던 임사장은 땅끝마을에서 나는 톳, 야생 돌미나래, 청갓, 머위 등 제철 자연산 나물에 반해 해남으로 내려왔다.

그래서인지 동산회관에는 제철나물이 꼭 밑반찬에 오른다. 요즘은 물김초무침, 세발나물, 배추나물 등을 올린단다. 제철 밑반찬을 맛봤다면 본격적으로 식당의 인기메뉴를 먹어볼 때다. 동산회관의 인기메뉴는 바로 해조류의 귀족인 매생이를 그릇 가득 담아낸 매생이국(10000원)이다.

동산회관에서는 매생이국을 끓일 때 쌀뜨물을 쓴다. 여름에는 쉽게 상해 맹물을 쓰지만 날이 서늘해질 때면 몇 번 걸러낸 쌀뜨물을 이용한단다. 쌀뜨물을 이용하면 매생이국에 더 감칠맛이 돈다고 한다.

쌀뜨물에 요즘 나오기 시작하는 신선한 생굴을 넣고 팔팔 끓인다. 굴과 매생이에 염분이 있기 때문에 간은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요리법이다. 물이 끓어올라오면 매생이를 넣고 뭉치지 않도록 재빠르게 계속 저어주며 1~2분간만 끓여낸다. 매생이를 오래 끓이면 물처럼 사라져 부드러운 매생이의 식감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란다.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참기름을 치고 두툼한 스탠그릇에 옮겨 깨를 솔솔 뿌리면 매생이국 한 그릇이 뚝딱 만들어진다. 갓 만들어낸 매생이국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실처럼 촘촘한 매생이 사이로 열기가 숨어버리기 때문이니 갓 나온 매생이국을 먹을 땐 조심해야 한단다.

매생이를 한 술 가득 떠 입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륵 녹는다. 따끈하게 끓인 매생이국은 특유의 보드라운 식감이 일품이다. 여기에 은은한 바다향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진다.

주방장 위육심(57)씨는 “숙취해소에 좋고 소화가 잘돼 변비에도 좋다”며 “우린 매일 먹는데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고 말했다. 생굴이 나오지 않는 5~8월은 바지락 등 그때 제철인 조개류를 사용한단다. 조개나 굴을 싫어하는 사람은 미리 주방장에게 말해주면 넣지 않은 매생이국을 내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식당 한 켠에는 ‘매생이는 반드시 밥을 몰아 잡쑤시오. 안 몰면 밥 뺏어가요’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문구에 따라 밥을 말아 먹으면 매생이와 밥알이 어우러지면서 술술 넘어가 먹기 편하고 속도 편하다. 동산회관에서 아침식사로 매생이국이 많이 나가는 이유는 매생이의 부드러움 때문일 것이다. 매생이국과 함께 많이 찾는 매생이떡국(8000원)은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단다.

매생이로 만든 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생이굴전(10000원)도 있다. 밀가루와 계란을 넣은 반죽에 매생이를 넣고 파래를 조금 추가한 뒤 두툼하게 부쳐 굴을 올려낸다. 고소한 맛에 아이들도 잘 먹고 안주로도 제격이란다.

요즘은 굴을 찾는 손님이 많아 생굴비빔밥도 많이 찾으신다고 한다. 굴과 매생이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생굴비빔밥, 매생이국, 매생이굴전, 생굴물회 네 가지가 나오는 생굴 코스요리(4인기준 1상 70000원)도 준비됐다.

식당의 메뉴는 동산회관을 18년간 이끌었던 이형임사장이 개발한 요리들로 임사장에게 요리법을 알려준 뒤 잠시 쉬고 있단다. 임사장은 “식당을 하며 가장 신경쓰는 건 손님의 만족이 죠”라고 말한다. 손님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입을 벌리지 않고 죽은 조개를 걸러내기 위해 하나하나 냄새를 맡아보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식당은 맛으로 승부하기에 “음식 맛있게 먹었습니다”는 말이 식당 주인으로서는 최고의 찬사라는 임사장. 식당의 맛과 친절을 기본으로 삼아 충실히 밀고 가는 것이 목표라는 임사장만 철학에 매생이국처럼 뜨거운 열기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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