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를 파는 농업. ‘경관농업(景觀農業)’이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식 발상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경관농업은 지역별로 특색 있는 작물을 재배해 관광수요는 물론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신개념의 영농법이다. 최근 힐링을 위한 녹색농촌체험관광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경관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촌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더해 도시의 소비자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관농업은 신개념의 6차 산업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도 기여를 한다. 이에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그린투어리즘 등으로 도시 소비자를 불러 모으고자 진일보한 경관농업에 상당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경관농업은 농촌의 새로운 먹거리다. 따라서 농업인구의 비중이 높은 해남군으로서도 경관농업에 관심을 갖고 지역별로 특색있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관광으로의 발상 전환

최근 영화 ‘곡성(哭聲)’으로 더욱 유명해진 곡성군의 경우 요즘 장미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영화의 흥행에 따른 입소문도 한몫을 했겠지만 기차마을과 세계장미축제를 즐기러 곡성을 찾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일 곡성군 인구(3만6000명)와 맞먹는 유료 입장객들이 열흘 동안 축제의 현장인 기차마을 1004공원을 찾은 것이다. 이같은 흥행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인 영화 ‘곡성’을 역발상적으로 이용한 홍보효과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영화의 암울한 이미지가 혹시 곡성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거꾸로 지역을 알리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발상은 예상외로 성공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산(資産)으로 삼아 친환경 고품질 농·축산업을 키우고,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고 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곡성군의 목표였다.
경관농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 전북 고창군에 있는 학원농장이다. 14만 평의 땅에 청보리와 메밀을 심어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지역축제로 키운 경우다. 수박농사를 짓다 타산이 안 맞아 갈아엎고 보리와 메밀을 파종한 것이 대히트를 쳤다. 처음엔 넘실대는 청보리밭과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꽃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농사에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수확을 포기하고 관광으로 발상을 전환하니 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안군 임자도의 튤립도 축제로 성공한 케이스다. 국내 최장인 12km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대광해변 주위로 튤립공원을 조성하여 관람객들에게 바다와 모래 그리고 튤립을 비롯한 수선화, 히야신스, 무스카리, 아이리스 등 20여 종에 달하는 화초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면적 12만㎡(튤립공원 6만8000㎡, 송림원 5만2000㎡)로 튤립공원에는 팽나무, 후박나무, 아왜나무, 향나무, 은목서, 매화 등 그늘목을 식재해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고. 100여 품종, 300만 송이 튤립은 형형색색으로 장관을 이룬다.
경남 남해군의 가천 다랭이 논(명승 제15호)도 경관농업으로 한몫을 한다.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척 없는 마을이다. 마을이 해안절벽을 끼고 있어 방파제는 고사하고 선착장 하나 만들 수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층층이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 논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보기 위해 먼 길의 수고로움을 마다 않는다.

‘힐링 해남’의 해법

내가 해남군에서 주목하는 곳은 마산면 연구리의 영암호 간척지다. 해남에서 지평선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곳. 물론 지평선이 보이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만큼 넓고 시원한 맛을 준다는 의미다. 직선으로 끝 간 데 없이 곧게 뻗은 농로와 갈대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여기에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든다.
이제 농업은 비즈니스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려면 지역적인 농업 환경에 맞는 비즈니스를 창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관농업도 이런 맥락에서 유효하다. 예를 들어 해남군의 주산물인 겨울배추의 경우다. 황량한 벌판에 푸른 생명력을 자랑하는 겨울배추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하나의 경이다. 이를 협업을 통해 농업과 관광을 염두에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남군은 고천암 일대에 토종작물체험장을 조성해 유채와 메밀 등 경관 작물과 기장, 토란, 조롱박 등 토종 작물 전시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봄에는 유채꽃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또 밭 토양 개선을 위해 아프리카 원산의 1년생 목초인 수단그라스를 농가에 보급했다. 올해 600ha에 이를 재배토록 한다는 것이다. 수단그라스는 이달 초순께 파종해 70일 정도 지나 1.5m 자랐을 때 트랙터 등으로 경운작업을 하면 밭 토양에 충분한 양분을 제공한다. 제대로만 기획하고 조성하면 이것도 훌륭한 경관농업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대지예술(Earth Art)’의 영역까지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경관농업은 자연과의 조화로움이다. 조화로운 삶. 상생의 철학인 것이다. ‘힐링 해남’의 해법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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