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교리를 친환경농업마을로 키우고 싶다는 당찬 꿈을 꾸는 이장이 있다. 해남읍 월교리 이장인 이순운(43)씨다.

이이장은 월교리에서 태어나 해남남고를 졸업한 후 도시에 정착했고 20년을 가구일에 종사했다. 하지만 2009년, 큰형님이 간경화 말기로 간이식이 필요해지면서 이이장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이이장은 큰형님께 자신의 간을 이식해드리고 귀향을 결정했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니 귀향 전 마련한 땅 4000평에 농사를 지으면 굶어죽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에서다.

그렇게 고향에 내려온 지 5년차, 이이장은 처음 생각했던 건나물․건약초 사업대신 유기농농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군에서 실시하는 유기농강의를 꾸준히 들으며 농사에 매진하길 5년.

올해가 돼서야 이이장의 농사는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이장은 농사를 조금씩 늘려 현재 쑥 1만 평을 포함해 배추, 무, 쑥갓 등 밭농사 2만 평과 논농사 1만 5000평을 전부 유기농으로 짓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이이장에게 이장을 맡아주길 권유했단다. 귀농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거절했지만 주민들이 ‘처음부터 알고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다냐’며 밀어붙여 결국 이장을 하게 됐다. 월교리는 지난 2003년 우리밀농사를 지으며 친환경마을 전환을 꿈꾼 마을이기에 이이장을 적극적으로 이장에 추대했던 것이다.

월교리 가구 수는 40여 호, 마을 주민들은 모두 100여 명이다. 여느 마을처럼 혼자 살거나 연로하신 노인들이 많아 이이장은 2년 동안 마을 안전에 신경 썼다. 반사경이나 방지턱, 마을 CCTV 설치 등을 통해 주민들이 더 편해지고 안전해질 수 있도록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진행했다.

비가 오면 여름엔 물이 넘치고 겨울엔 길이 얼어 마을안길 수로공사를 신청했는데 다행히 사업에 선정돼 올해 안으로 공사를 마친단다. 이이장은 “주민들에게 큰 사고 없이 한 해가 넘어가는 것이 가장 뿌듯한 일”이라며 흐뭇해한다.

동시에 이이장은 마을 주민들과 대화할 시간이 있으면 친환경농법에 대해 꾸준히 알려준다. 덕분에 이이장이 이장을 맡고 나서 마을 주민들도 친환경농법에 큰 관심을 가지신단다. 올해부터 친환경 농사로 전환하겠다며 작년에 인증을 내고 무농약부터 시작한 주민도 생겼다.

이이장은 유기농으로 지은 쑥․배추․무 등이 출하하고 남으면 마을 주민들께 나눠준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농사짓고 있더라도 “기왕이면 친환경 농산물 묵제”라며 이이장의 농산물을 먹는단다.

이이장은 “마을 주민들도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자녀들에게 보낼 땐 제 유기농 농산물을 보내시더라고요. 친환경 농산물이 건강에 좋고 농작물도 튼튼하다, 이런 인식부터 시작하면 관행농사를 짓는 마을 주민들도 머지않아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시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현재 월교리 친환경 농사는 밭농사 50%, 논농사 10% 정도의 비율인데 이이장의 목표는 마을 주민 모두가 친환경농사를 지음으로써 완전한 친환경마을 만들기다.

쑥 특화마을로 변신도 구상 중

여기에 이이장은 “이장을 하건 하지 않건 쑥을 이용해서 쑥 특화마을을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쑥의 효능을 이용해 쑥 찜질방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만들고 싶어요. 친환경으로 재배한 쑥을 사용한 건 물론이고 유기농 농산물도 판매하고 먹거리도 만들고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는 거죠”라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친환경 농법은 대우를 못 받는 편이다. 간혹 관행 농산물보다도 가격이 저렴할 때가 있다. 이이장은 친환경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농산물을 제공해 기틀을 다지다 보면 대우받을 날이 올 거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유기농 농사를 하며 해가 갈수록 손님이 늘어나 단골 고객도 있다”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부단히 모색 중이다.

이이장은 지인이 해준 조언을 잊지 못한다. “귀농 3년 버티면 5년을 버틸 수 있고, 5년 버티면 정착할 수 있다. 다들 3년을 못 버티고 도회지로 다시 도망간다”는 조언인데 이이장은 귀농생활 해보니 진리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이이장은 자신이 농사를 지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가구일을 하다 고향에 돌아간다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됐을 때 취미생활인 등산을 하는 둥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생각했단다.

“가구일을 할 땐 가구 일이 제일 힘든 일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귀농해보니 가구 일은 농사에 비교할게 못돼요. 도시에서 월급 받을 땐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돌아오지만 농사는 다르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연이 도와줘야 하고, 자연이 도와준다 해도 내가 잘 모르면 실패하고, 좋은 농산물 재배해도 판매할 수 없으면 말짱 꽝이니까요”라며 농사꾼의 고충을 토로한다.

이이장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주민들도 인정해주기 시작하니 막막했던 생활이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큰 힘이 된단다. ‘큰형에게 간이식 해주고 내려와 친환경 한다며 고생만 하는 불쌍한 녀석’에서 ‘마을에서 가장 친환경농사 잘 짓는 우리이장’이 된 이이장. 그가 꿈꾸는 친환경 월교리의 모습이 하루빨리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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