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할 만 하것소“라며 부러움을 사는 이장이 있다. 현산면 신방리 이옥균(58)이장이다. 신방리는 가구 수는 105호, 주민이 300명이나 되는 큰 마을이다.

이이장은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신방리에서 태어나 23세부터 반장, 개발위원장 등 마을 일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일해 마을 주민들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을 사정에 훤하다.

신방리는 농사를 활발히 짓는다. 특히 대부분의 주민이 밭농사를 짓는데 이는 신방리의 특별한 차량 덕분이다. 바로 느타리버섯 물류차량이다.

신방리 주민 일부가 1980년대부터 느타리버섯을 키워왔는데 이 버섯을 실어가기 위해 화물차가 왔다. 10년 전부터는 주민 한 두 사람이 물류차량에 농산품을 조금씩 실어 공판장으로 보냈는데 이게 꽤 반응이 좋았단다. 그렇게 시작된 신방리만의 농산물 유통은 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땐 30명가량 모일 정도로 활발히 운영 중이다.

버섯 차량은 10월 중순부터 4월까지 약 6개월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다시피 한단다. 기간 동안 아침 7시가 되면 주민들은 마을에서 나는 냉이, 취나물, 고사리, 늙은 호박, 토란대, 마늘쫑 등 각종 농산물을 들고 마을 회관에 모인다. 그렇게 모인 농산품은 느타리버섯 화물차를 이용해 광주 공판장으로 운반돼 경매에 들어간다.

이이장은 “10년째 하는데 잘 운영되고 있지. 우리 마을엔 안 나는 것이 없어. 농산물을 주민 개개인이 팔려면 골치 아픈데 유통, 판매처가 마련돼 있으니 마을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돈벌이하기 좋아. 주민들 살림에 보탬도 되고…”라며 뿌듯해 한다.

신방리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140여 명,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노인들은 특별한 벌이가 없더라도 조금씩 캔 나물들을 공판장에 내놓아 생활비를 마련한다. 가끔 다른 마을에서도 찾아와 농산물을 내놓는단다.  어르신들이 가격 잘 나오면 좋아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하며 웃는다.


이이장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아침 7시 이전에 회관으로 향한다. 회관에 도착해 아침방송을 하거나 회관에 이장이 있다고 알린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직불제 서류 등 농사관련 서류도 많이 작성하고, 어르신들이나 마을 관련된 서류 정리등도 이이장의 몫이다.

“주민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장일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일 해보니까 주민들이 이장을 최고로 칩디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다 맡아주니까…. 하하” 농담처럼 말을 던지지만 실제로도 주민들의 다양한 일을 챙기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부터 보일러 고장까지 이이장에게 연락이 온다. 수도검침을 하는 날이면 모든 집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마을에 대한 의견이나 불편사항 등을 이야기 듣는다.

가끔 어르신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식들이 이이장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단다. 연락 받고 찾아가보면 수화기를 잘못 놨거나 전화기가 고장 난 줄 몰라서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그럴 때면 어르신께 무슨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일이 많더라도 잘 챙겨야지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는거니까요. 주민들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주시고…. 그런 말들이 이장의 행복이죠”

이이장은 13년째 마을에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는 고구마 농사를 짓던 때,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노인당에 기름값 하시라고 조금씩 드렸던 것부터 시작됐다. “80년대 노인당을 지었는데 우리 청년들과 객지에 나간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내고, 청년들이 애들 소풍 따라가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거나 고물장사를 해서 모은 돈으로 지은거에요”라며 노인당에 대한 애정을 풀어낸다.

그렇게 조금씩 시작된 기부는 노인당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이어졌다. 작년에는 김장김치 500kg 이상을 담가 현산면사무소에 기부했다. 그러면서도 이이장은 “조금 기부하면서 생색내는 것 같아 창피하다”며 겸손하게 말을 아꼈다.

“우리 부모님께서 다른 사람 집에 갈 땐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으셨어요. 그 영향이 컸지요. 잘 살든 못 살든 남에게 베푸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올해 기부도 어떤 걸 할지 생각중이다.

이이장은 연임에 뜻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후배들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줘야지요. 젊은 사람도 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돌아가면서 해야지.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면서도 함께 돕고 잘 사는 것이 공동체 마을 아니겠어요?”라는 것이 이유다.

그러면서도 마을 공동사업장이 있으면 유통․판매처가 있으니 마을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며 열심히 고민하고 있단다. 이장이라는 직책이 없더라도 마을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 신방리는 참 좋은 마을이에요”라는 이장. 신방리가 좋은 마을인 것은 이이장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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