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은 올해를 농수산업 1조 원 시대를 실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다. 농수산업을 기반으로 한 해남군으로서는 이와 같은 설정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힐링 해남’을 추구하는 군으로서는 이에 걸맞는 관광과 서비스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보고 친환경농업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것으로는 어딘가 진부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유기농 친환경농법이 주목받는 시대라고는 하나 농업 생산성의 효율적인 면을 따져볼 때 이의 실현이 얼마마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듣기 좋아 친환경 유기농이지. 그것이 과연 해남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최선책인가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해남의 광활한 농지를 그저 농업 생산성과 결부시키는 것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다.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유치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해남을 디자인하라’는 것으로, 이는 해남의 미래가 걸린 대전제와 다름 아니다.

 

독립된 관광영토를 꿈꾸며

‘‘땅끝’을 버려야 해남이 산다’는 말이 있다. ‘땅끝’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해남은 온통 ‘땅끝’이란 이미지에 매몰된 모습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땅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도 반어적인 언어유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까닭에 ‘땅끝’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해남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땅끝’이라는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고 나아가 ‘땅끝’ 고유의 정체성을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남군 전체를 하나의 독립된 관광 영토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관광의 모든 것을 해남군이 제공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관광에 관한한 독립된 영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불과 몇 십 년 전 만해도 꿈도 꿀 수 없던 일이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꿈이라도 꿔보자는 것이다.

독립된 관광영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항이 있어야겠다. 물론 대형 면세점도 필요하다. 특급호텔과 카지노도 갖춰야 한다. 중국인 유커(遊客)들을 위한 차이나타운도 조성하자. 우항리 공룡화석지에는 쥬라기 공원과 같은 대형 테마파크와 양질의 온천개발로 워터파크도 만들어야 한다. 땅끝에는 민속마을을 만들어 막연한 동경으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먼길의 수고를 달랠 수 있는 향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제기되는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도 땅끝~제주 간 해저터널로 변경 유치하자. 물론 고속철도는 기본이다. 여느 곳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일주도로로 연결해 해양도시로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자. 기왕에 땅끝이라면 아예 군명(郡名)을 ‘땅끝 해남군’으로 변경하면 어떻겠는가.

본 칼럼을 통해 문내면을 우수영면으로 바꾸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조선시대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이 있던 여수와 통영은 시가 됐고, 경상좌수영이 있던 부산에는 수영구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해남에서는 우수영이라 부르지만 법정 지명은 아니다. 명량대첩이라는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빛나는 전적지임에도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해남군도 꿈을 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남들처럼 해본들 고작 잘해야 2등이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도 없이 검증된 사실만 벤치마킹하려한다면 당장에야 효과적일 수는 있겠으나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지금까지 해남군의 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해남 물감자’, ‘해남 풋나락’이란 불명예스런 수식어도 과감히 걷어낼 필요가 있다. 군민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강강술래의 풍속을 일상에 접목시켜 더불어 살아가는 해남인의 모습으로 형상화시켜보자.

얼마 전 뉴스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감소추세인데다 쇼핑과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뉴스를 보고난 뒤 해남의 뜬섬을 차이나타운으로 조성하고 호텔과 면세점, 카지노 등을 유치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를 유치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법적인 절차와 규제 등으로 산 넘어 산일 것이다.

하지만 해남의 미래가 여기서 내가 말한 의견대로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만화에서 보았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요지경같은 세상이다. 과연 해남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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