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항쟁 결과 정권의 ‘6.29 선언’은 시민사회에 대한 절차적 민주화를 약속한 것으로 언론 민주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그 결과 1980년 11월 신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으로 통제됐던 언론계는 ‘언론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속속 복간(復刊)과 창간(創刊)을 하게 된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신문의 창간이다. 그동안 언론통폐합으로 ‘1도 1사’로 묶여 있던 지방지가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신문으로 세분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자치제 도입을 계기로 기초단체마다 지역신문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다.

초창기 지역신문이 창간을 하면서 금과옥조로 삼은 것이 ‘정론직필’과 ‘촌지거부’였다. 이는 지역신문들이 내세운 한결같은 출사표이자 마치 양심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언론의 다짐은 해당 지자체에 대한 흠집내기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언론의 균형감각이란 기본원칙을 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어느 지역신문 대표의 경쟁사 흠집내기

당초 지역신문이 추구했던 가치는 기존 언론의 기준으로 볼 때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불가근불가원’을 불문율로 삼고 있는 언론계의 속성상 이들 지역신문의 출사표는 가히 도발에 가까운 것이었다.

‘1도 1사’ 시절 언론계에 입문했던 나로서는 초창기 지역신문의 창간은 나름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러한 약속들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의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대부분 지역신문은 ‘정론직필’이라는 미명하에 해당 지자체에 대한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런 대안 제시도 없이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이들 지역신문의 행태는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증권가 찌라시’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팩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또 해명이나 반론의 여지도 없이. 오로지 ‘언론 권력’으로 군림하려는 이들 지역신문의 오만은 기존 언론과의 차별화는커녕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미달의 지면을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이런 폐해는 사회의 불만세력이 부추긴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들의 부추김이 마치 여론인양 덩달아 박수를 쳐대는 모양새와 같다. 또 일부 지역신문들은 신년이나 창간일에 맞춰 판에 박은 듯 발행인 인사말을 싣고 있다. 새해를 맞아 또는 창간정신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인사말을 싣는 것이겠지만 이는 스마트한 언론 현실에서 구태의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 우연히 모 지역신문의 대표이사 신년사를 본 적이 있다. 으레 자화자찬으로 시작된 인사는 경쟁신문의 흠집내기로 이어졌다. 이는 기사 외적인 것으로 ‘경쟁사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언론계의 금기를 깬 실로 참담한 것이었다. ‘해남지역은 최근 몇 년간 xx신문을 퇴사한 직원들이 지역주간신문을 창간하면서 넘쳐나는 지역주간신문으로 인한 군민들의 피로도가 높았을 것입니다.

지방자치의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의무보다는 지방자치에 유착하려는 언론의 병폐도 보셨을 것입니다. 다매체의 장점이 도드라지기 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는 해남의 언론환경은 독자와 군민 여러분들이 함께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잠꼬대인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알량한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어 왔다면 감히 경쟁신문이 창간할 엄두를 낼 수가 있었겠는가.

창간의 초심을 잃고 기득권에 안주해 기자들에 대한 불신과 왜곡으로, 지면 채우기에 급급했던 잘못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를 경쟁사의 탓으로만 돌리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적어도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었다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같은 이런 망발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 당’을 만든다고 한다. ‘새정치’를 화두로 정계에 입문한 안 의원이다. 이런 그가 또 다시 ‘새정치’를 내세우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과연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새정치’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순진한 생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안 의원의 용기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세상은 적당한 여지를 두고 더불어 살아가는 게 맞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새정치’를 내세우는 안 의원은 과연 어느 것이 새정치인지 알고나 있는 것인지.

기존의 정치세력을 ‘낡은 정치’라고 싸잡아 매도한다면 앞서의 모 지역신문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안 의원도 어쩌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입을 추진하던 인사들이 전혀 새롭지 않은 인물이어서 철회를 했다는 보도다. 이 풍진 세상에 새로운 정치를 할 만 한 인물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남의 탓만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다.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