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 관객수가 역대 최다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미친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준 결과다. 관객점유율에서 한국영화는 5년 연속 외국영화를 누르며 최다관객 기록을 견인했다. 2010년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12편 가운데 무려 9편이 한국영화였다.

이는 1974년 개봉돼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별들의 고향’이 46만 5천이라는 당시 최고 흥행기록을 수립한 것이 비춰보면 엄청난 숫자다.

영화 흥행 기준은 영화의 총 수입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총 관객 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있다. 보통 미국은 그 기준이 총 수입이며, 우리나라는 총 관객 수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집계 기준 처음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2003년 12월에 개봉한 ‘실미도’다.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2월)와 ‘왕의 남자’(2005년 12월)가 뒤를 이었다. 역대 최고 흥행기록은 2014년 7월에 개봉한 ‘명량’으로 1천76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천만 명이상 관객을 동원한 흥행영화는 모두 17편으로 이 중 외화는 ‘아바타’를 비롯해 4편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대중들로부터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1965년 외화인 ‘007 위기일발’이 사상 처음 50만 관객을 돌파한 이래로 80년대까지는 주로 외화가 흥행몰이를 했다. 한국영화는 ‘겨울여자’(1977년, 63만 5천 명)와 ‘깊고 푸른 밤’(1985년 60만 명)과 같은 성애 영화에 의해 현상을 유지했다.

지난 28일 한 해 최다 관객 수 기록이 수립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역대 최다 기록은 지난해 2억1506만7760명이었다. 올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약 4.2편의 영화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극장 관객 수는 지난 2013년 처음 2억 명을 돌파(2억1334만6935명)한 후 올해까지 3년 연속 2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2006년 외화를 누르고 63.6%를 나타냈지만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0%대로 떨어졌다가 2011년 51.9%로 회복한 뒤 올해까지 점유율에서 앞섰고 4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인 지난 주말(25∼27일) 한국영화 ‘히말라야’는 176만413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7편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관객 수에서 자국영화가 두 배 가까이 누르며 선전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렇게 한국영화가 주목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종 영화제가 붐을 이룬다. 1996년 부산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1997), 전주 국제영화제(2000), 광주 국제영화제(2001) 등 지역이름을 딴 4개의 국제영화제가 있고, 서울 여성영화제(1999), 서울 국제 노동 영화제(1997), 서울 국제 인권 영화제(1996) 등은 각기 특화된 주제로 국제영화제를 유치하고 있다.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도 매년 꾸준한 성장세다. 2014년 11월 개봉한 해남출신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종전의 ‘워낭소리’(2009년, 296만 명)를 제치고 48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독립영화의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의 부흥은 골치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피처로 영화관을 택한 결과는 아닌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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