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마음 한쪽이 허전해진다

뭔가 해야 할 일을 다 맞추지 못해서일까

부산해지면서도 손에 일은 더디기만 하다

여기 저기 하루에도 모임을 겹치기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건강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술은 되도록 먹지 않고

2차 3차 모임에도 일어서서 옮길 때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대부분 붙잡지도 않지만

피한다고 뭐라 하지도 않는다

 

망년은 잊을 망, 잊어버리자는 의미가 강하고

송년은 보낼 송, 떠나보낸다는 의미가 강하다

망년에는 못 잊어도 잊자, 잊어버리자는 오기가 있고

송년에는 아쉬움 많아도 그냥 흘려보내자는 유들유들함이 있다.

 

망년은 흥청망청 시끌벅적

그렇다고 한 해가 잘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가고 수세(守歲)를 해야 하느니

섣달그믐은 온 집안 불 밝혀

삼가고 몸을 가지런히 하는 신일(愼日)

우리의 좋은 풍습이다

 

조왕신이 하늘에다 일 년 일을 다 고하는 동안

부뚜막에 엿을 붙여두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 고부간에

아버지와 아들, 동료들 사이

나이를 잊고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것

망년지교(忘年之交)의 참뜻이다.

 

 

<시작메모>

망년회란 개항 이후 조선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친지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보낸 풍습이라고 합니다. 원래 우리의 송년문화는 해지킴, 곧 수세(守歲)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삼가면서 조신하게 조용히 성찰하는 마무리가 우리의 참 미덕이었습니다. 누가 불러주지 않는다고 쓸쓸해할 필요도 없고, 불러서 악을 쓰고 놀아야 한 해가 잘 간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오히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찾아 조용히 담소하며 그동안 못 나눈 망년지교(忘年之交)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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