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는 마루와 골이 있지요

볼록한 마루에서 바람의 속도는

빠르게 살아나요

골에서는 반대로 느리고요

마루와 골이 빚어내는 곡선의 조화와

자유로운 꿈이 바다를 만들어요

마루에서는 기압이 낮아지고 골에는 기압이 높아져

파도는 점점 커지지요

 

하늘에서는 달이 물끄러미 이 모습을 보다가

잡아당겨요 그 힘으로 밀물이 생기고

다시 놓으면 썰물이 생기지요

 

큰 바다에는 수많은 파도들이 살아요

파장이 몇 센티미터부터 몇 백 미터까지

사이좋게 엉켜서 살아가요

마치 도시의 소음처럼

휴식시간 재잘거리는 아이들 말소리처럼

 

바람이 거센 날엔 서로 싸우지요

엉켜서 싸우면 마루는 아득하게 높아지고

골은 더 깊어져

큰 배들도 눈치를 보며 엉금엉금 기어요

 

쓰나미가 몰려오고 집과 도시가 무너지고

아득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날엔

함부로 화냈던 일이 뉘우쳐져요

 

<시작메모>1738년 베르누이는 유체(공기나 물처럼 흐를 수 있는 기체나 액체)는 빠르게 흐르면 압력이 감소하고, 느리게 흐르면 압력이 증가한다는 법칙을 알아냈지요. 그래서 유체가 좁은 곳을 통과할 때에는 속력이 빨라지기 때문에 압력이 감소하고, 넓은 곳을 통과할 때에는 속력이 느려지기 때문에 압력이 증가하지요. 비행기가 뜨는 것도, 바나나 킥이나 커브볼도 이 원리가 지배합니다. 어느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은 터지지요.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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