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골만 더 깊어져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노정된 첨예한 갈등도 이러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친일인명사전’의 배포와 ‘반헌법행위자열전’ 발간 방침을 밝히자 보수단체들은 올해 말까지 ‘종북인명사전’을 발간하겠다며 사전 준비행사까지 열었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강점기에 민족 반역, 부일 협력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저지른 친일파의 목록을 정리해 지난 2009년 11월 8일에 발간한 인명사전이다.

총 3권으로 4389명이 수록됐다. 이 책은 2001년 120여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사전 제작에 착수해 8년에 걸친 제작기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에는 여야의 정치 투쟁 도구로 이용되는 바람에 국회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예산을 전액 삭감당한 적도 있었다. 2008년 4월에 발표된 명단은 큰 논란을 야기했고, 편찬위원회는 5월부터 7월까지 2달간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이후 지속적인 논의 끝에 최종명단을 확정, 공개했다.

종북세력청산범국민협의회는 지난달 18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종북인명사전 발간을 위한 준비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3월 새롭게 출범한 협의회엔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 호국안보단체협의회, 애국시민연합, 자유대학생연합 등 500개 보수단체가 가입돼있다.

이날 행사에서 위원회 측은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대한민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들 분야에서 종북세력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발표문엔 지난 1986년부터 결성돼 해체됐거나 현재까지 활동 중인 시민단체들의 명단과 옛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거나 비난한 신부들의 명단도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라며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고 좌파 시민단체와 협력한 일부 스님 및 불교단체의 행적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진보진영에선 지난 10월 12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식 발표에 맞서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편찬작업에 착수했다. 편찬위 측은 출범식에서 “대한민국의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그 직위와 공권력을 이용해 반헌법 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하거나 주요 임무를 수행한 자, 적극 묵인 또는 은폐하거나 비호한 자가 열전의 주요 수록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내란, 민간인 학살, 부정선거, 고문·조작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을 사건별로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갈등은 SNS가 일반화되면서 더욱 확대된 면도 없지 않다. SNS상의 주요 이슈는 이념전쟁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중용(中庸)’은 사라지고 저 잘났다고 떼거지로 소리치는 모양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한 잘못이 있음에도 자기네 잘못은 인정은 커녕 거론조차 하지를 않는다. 무조건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진다. 꼭 해방공간에서의 혼란이 재현되는 것만 같다. 이러한 갈등이 계속 되는 한 ‘역사바로세우기’라는 대명제는 이미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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