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장을 15년 해오다 여자이장으로 나선 문내면 동내마을 김백화(59)이장.

김이장이 이장을 맡은 올해는 장흥에서 해남으로 시집와 동내마을에 산지 40년이 된 해다. 40년 세월동안 동내마을에는 빈 집이 늘어 현재 실 가구는 32호, 주민은 64명이다.

그 중 65세 이상이신 분들이 40여명이 넘을 정도로 노령화된 마을로 변했고 주민들 대부분 특별한 수입원도 없다. 그래서 김이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노인 복지다.

군에서는 여자 이장이 있는 마을에게 일정 부분에 소득사업을 지원해주는데 김이장은 마을에 별다른 소득이 없어 소득사업 지원 대신 마을회관 리모델링 지원비를 받았다. 새마을운동 당시 지어진 마을회관이 너무 낡았던 탓이다.

현재의 마을회관은 깨끗하게 리모델링돼 노인회관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오고가며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이장은 노인회 점심준비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움직임이 불편하신 주민들에게 직접 반찬을 만들어 챙겨드리는 등 딸 노릇도 하고 있다.

또한 김이장은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했던 말벗 프로그램에 2년가량 참여했던 경험 덕분에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있어 가족처럼 주민들을 챙긴다. “나이가 들면 몸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주변이 다 떠나 굉장히 외로워하신다”며 말 상대가 되어드리면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는다.

김이장은 “주민분들이 협조를 잘 해주셔서 초보 이장이지만 나름대로 잘 해나가고 있다. 특히 여성 이장이라 좀 더 가족처럼 챙겨주는 부분이 좋다고 말씀하신다”고 수줍게 말했다.

 

노인들에게 사소한 돈벌이 만들어 주고 싶어

요즘 김이장이 노인복지를 위해 추진하려고 하는 일이 있다. 보건소가 이전하며 구 보건소 건물이 비어있는데, 이 건물을 경로당으로 리모델링하려는 일이다.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함께 모여 체조를 하거나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등 건강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지만 마을회관은 13평. 어르신들이 모여 운동을 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다른 마땅한 장소가 없다.

김이장은 “구 보건소를 경로당으로 리모델링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어르신들을 위한 운동기구도 넣어놓고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다 함께 모여 운동도 하고 단체로 모여 하룻밤을 주무시기도 하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실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어 김이장은 어르신들의 노후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노인 세대는 노후대책이 되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것. “노인 연금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가 활성화 돼야 한다”며 “어르신들은 조금이라도 스스로 일해서 버는 돈을 뿌듯해 하신다. 노인일자리는 어르신들의 자존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이장은 길거리나 행사장의 쓰레기를 줍는 것처럼 작은 일에라도 노인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농사 지식이 부족해 꾸준히 공부하는 중이라는 김이장은 노인복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마을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장을 연임하실 거냐고 묻자 김이장은 “그걸 제가 결정하나요. 주민들이 시켜주시면 또 열심히 해보는거지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듣고 있던 노인회장이 “조금 못해도 봐줄테니 넉넉하게 잡아봐”라며 지지해준다. 노인회장의 말이 다른 주민들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리라.

친정보다도 더 친정같은 동내마을의 주민들을 위해 김이장은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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