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 해리에는 어깨너머 배운 어머니 손맛으로 실속있는 한정식을 차린다는 윤정심(56)씨의 좌일해물한정식 식당이 있다.

윤씨의 식당은 간판이 없다. 3층인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현판만한 크기로 ‘좌일해물한정식‘이라고 적혀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식당의 달력에는 예약 손님들을 표시한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하다.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건 35년 경력뿐만 아니라 믿을만한 재료를 고르고 밑바탕이 되는 장과 젓갈까지 직접 담그는 윤씨의 꼼꼼함 덕분이다.

해물 한정식의 메인메뉴는 반지락회, 삼치회, 키조개 볶음, 낙지볶음 등 제철 해산물로 차려진다. 생선구이와 물김치, 버섯무침, 애호박전, 무채무침 등 제철나물로 만든 밑반찬이 차려딘다. 윤씨는 해물한정식 4인 기준 한 상(12만원)이면 “5~6명이 와서 먹어도 너끈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식 재료는 반지락, 낙지, 키조개, 생선 등 날 것이 많아 전날 저녁에 미리 주문한 뒤 수조에 산소공급기를 꽂아 살아있는 채로 신선하게 보관하고 아침에 조리를 시작한다.

윤씨는 자신의 음식이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듯한 그리운 맛을 낸다“고 했는데 이는 윤씨가 한정식의 기본이 되는 장과 젓갈을 직접 담가 사용하기 때문이다.

식당 옥상에는 매년 담가 요리에 사용하는 된장․고추장․간장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또 대미젓․토하젓․갈치창젓 등 천일염으로 담가 숙성시킨 젓갈들도 장독대 속에서 한 몫 톡톡히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기간 직접 농사짓는 곳과 거래를 해 믿을만한 좋은 재료로 만든 양념들이다. 윤씨는 고춧가루도 좋은 고추를 골라 구매해 직접 빻아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막걸리를 양조장에서 가져와 장독대에서 발효시킨 막걸리식초 맛이 일품이다. 잘 발효시킨 막걸리식초는 코가 찡할 정도로 톡 쏘고 시큼한 맛을 내지만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윤씨는 이 막걸리 식초를 이용해 반지락을 버무려 반지락회를 내놓는데 반응이 좋다며 “손님들은 이 반지락회를 먹고 남으면 거기에 밥을 비벼서 먹는데 반지락 회무침이 가장 맛있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씨는 밥이 맛있어야 한다며 예약 손님들이 오실 때를 맞춰 햅쌀로 밥을 짓기 때문에 누룽지 양도 손님 수만큼 나오므로 식사 2시간 전에 연락을 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해물한정식 인기메뉴인 반지락회(中2만원 大3만원)나 생선구이(1만3000원) 는 따로 주문할 수 있으며 북일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추어탕도 만든다.

윤씨 식당에는 오래된 장독대와 바구니들이 있다. 이는 윤씨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물품들이다. 직접 장과 젓갈을 담가 요리하시던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워온 윤씨는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35년간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손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잘 먹었습니다’는 소리가 가장 기쁘고 이를 목표로 음식을 만든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저 많은 반찬을 내놓고 상을 채우기 보다는 먹을 것만 실속 있게 올려 상을 꽉 채우고 싶다”는 윤씨. 손님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 음식하는 사람이자 장사하는 사람의 자존심 아니겠냐며 오늘도 윤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상에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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