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에는 곳곳에 무수한 문화재가 분포돼 있다. 가히 군전체가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양적이나 질적으로 우수한 문화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문화재 관리에 있어 변변한 안내판조차 없이 매우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만 하다.

국가사적인 송지면 군곡리 패총은 현재 마늘밭으로 경작되고 있다. 패총으로 가는 진입로의 입간판이 아니라면 아무도 이곳이 중요한 유적지임을 알 수가 없을 정도다.

패총이 있는 곳이 사유지이고 발굴조사가 마무리 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사적지인데 농작물이 버젓이 경작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산이면 진산리에 있는 녹청자 도요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입로의 안내판도 없고 가마터로 확인이 된 지점에 경고 문구가 적힌 표지판만 달랑 세워져 있다.

토기에서 자기로 발전하는 우리 도자사의 이정표와도 같은 중요한 유적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진산리와 같은 녹청자가 출토된 인천 서구 경서동 도요지의 경우 박물관을 지어놓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또 해남 고대사의 연결고리인 현산면 일평리에 위치한 죽금성은 면사무소 직원조차도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할만큼 잊혀진 유적이 돼가고 있다.

과거에는 문화재에 대한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개발이 시행됐으나 1980년대부터 이와 같은 양상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국토개발종합계획에 의한 대규모 토목공사의 증가와 함께 토지개발에 따른 문화재 보존문제가 야기되면서 공사도중 발견된 문화재에 대하여만 부분적으로 실시되던 문화재발굴조사가 공사착공 이전에 지표조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주거가능지역 16만 평당 평균 1개소의 유적이 분포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대략적인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지난 1965년부터 1991년까지 개발된 토지는 4억 3400만평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대략 2700건 이상의 문화재가 있었을 것이다. 그

러나 이 기간동안 실시된 지표조사를 포함한 구제조사가 319건에 불과해 얼마나 많은 유적이 아무런 조사 없이 파괴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인 사업시행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 모든 개발사업시행자가 비문화적이고 부도덕한 문화재파괴자로 인식돼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문화재 파괴의 책임은 도덕적인 차원에서야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겠으나 현실적으로는 문화재의 관리와 보존을 책임 맡은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재의 문화재보호법은 상당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관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은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시행되는 동안 문화재의 보존 부분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한 면도 없지 않다.

군곡리 패총이나 진산리 도요지와 같은 국가 사적이 이럴진대 다른 문화재들도 허술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보존책을 마련해 부끄럽지 않은 문화재 지킴이로서의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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