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회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쌀 시장격리 확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연속되는 풍작과 쌀 소비량 감소에 따라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으로 대북 쌀 차관 지원 등 실질적인 수급·가격안정 대책을 시행하고 추가로 20만 톤의 쌀을 시장격리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로써 올해도 어김없이 ‘풍년의 역설’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풍년가를 불러도 시원찮을 마당에 풍년 때문에 속 앓이를 해야 하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벼농사는 생계와 직결된 것이었다. 보릿고개로 고생하던 시절, 오죽했으면 ‘쌀 서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그렇게 궁핍했던 시절. 구세주처럼 출현한 것이 ‘통일벼’였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베이비붐으로 인구는 매년 3%씩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쌀 생산량은 답보를 거듭하면서 쌀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잘 자라는 쌀을 만들면 된다는 것. 그래서 신품종 개발이 시작됐고. 시행착오를 거쳐 70년대 들어 마침내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준 ‘기적의 볍씨’ 통일벼가 탄생했다.

통일벼로 40%이상의 쌀 증산을 가져왔지만 문제는 미질이 안 좋았다. 우리 입맛에 익숙해왔던 쌀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미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우선 순위는 질 보다 양이었다.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통일벼 재배를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 사이에 힘겨루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정부는 농민의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작전상황실까지 마련해 놓고 이른바 ‘통일벼 행정’을 실시했다.

집집마다 할당된 목표치가 정해졌고 각 마을 회관에는 증산 목표량이 큼지막하게 나붙었다. 벼를 수매하는 날은 일대가 흥청거렸다.

좋은 등급을 받으면 기분 좋아 한 잔, 등급이 낮으면 속이 상해서 한 잔. 이렇게 불콰해진 모습으로 수매대금을 받아들고 일년 농사를 자축했다.

생각해보면 우화와 같은 이야기다. 그랬던 쌀이 이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식생활이 바뀌었고, 출산율 감소 등이 원이이라고는 하지만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은 농정의 실패로 밖에 볼 수가 없다.

군의회는 쌀값 하락으로 1천941억 원의 변동 직불금이 발생하고 8월 말 기준 약 140만 톤에 이르는 재고로 수천억 원의 관리비용이 생겨났다며 북한 영유아 지원 등을 통한 문제해결책을 제시했다.

한편 해남군은 군의회의 이같은 결의가 있은 다음 날 2015년 전남도 농정업무 종합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전남도 농정업무 종합평가는 농정현안 시책 개발 및 창조적 농정추진을 위한 것으로 평가내용은 농정시책, 친환경농업, 식품유통, 축산정책, 산림산업, 시책개발 추진 등 6개 분야 33개 세부항목이다.

해남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면적, 임대농기계 임대일수 등 11개 세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군 관계자는 “2013년 대상 수상을 비롯해 올해로 7번째 수상으로 농업군으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실로 ‘농정의 역설’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해남군이다.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