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토(瀨戶)내해(內海)에 나오시마(直島)라는 섬이 있다. 시코쿠(四國)섬 북동부에 있는 가가와(香川)현의 중심인 다카마쓰(高松)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다.

그러나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는 일본 출판그룹 베네세 홀딩스의 회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손잡고 일궈낸 결과다. 3200여 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등 버려진 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해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예술의 섬이 되었다. 예술을 통한 민관협동의 지역재생사업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히는 나오시마.

예술 섬으로 거듭난 나오시마

1917년 나오시마 북쪽에 미쯔비시사가 중공업 단지를 세운 후 구리 제련소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인해 섬은 점점 황폐화되어갔고. 80년대 들어서는 인구마저 급격히 줄어들며 쇠락해 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희망이 없던 섬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나오시마 출신의 후쿠다케였다. 후쿠다케는 나오시마를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된 문화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처음 한 일은 1985년 섬의 땅을 매입해 전세계 어린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캠핑장을 만든 것으로 이후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사업의 중추 역할을 부탁하며 현대예술전이 가능한 공간과 호텔객실을 갖춘 베네세 하우스를 개관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나오시마에는 지추(地中) 미술관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품이 즐비한 호텔 베네세하우스 해변파크, 베세네 뮤지엄, 테시마 미술관, 안도 다다오 뮤지엄, 이우환 미술관 등이 들어서 있다.

1997년부터는 ‘아트하우스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작가에게 섬 거주 지역에 위치한 집과 건물에 작품을 영구 전시하는 기획을 벌이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세토우치 국제 아트 페스티벌’을 추진해 나오시마의 인근 섬들과의 공동프로젝트로 일대의 섬들을 예술섬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섬의 변화로 나오시마는 젊은 인구의 유입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따른 지역활성화로, 고용과 창업기회 증가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로 거듭난 나오시마는 현재 숙박업과 요식업 등 관광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마침내 2007년에는 가가와 현의 35개 지자체중 평균소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나오시마의 변화를 이끈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 프로젝트에 생소했던 주민들도 베네스 홀딩스의 주관으로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자진해서 관광안내, 도로청소, 현관 꽃장식 및 문패디자인 운동 등 쾌적한 공간조성은 물론 프로젝트 중 일부사업에 지역 NPO가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나오시마 목욕탕인 ‘I♥湯’의 운영은 나오시마 관광협회와 미야노우라 지구협회가 하고 있다. 이같은 협력을 통해 나오시마 뿐 아니라 주변 섬을 모두 아우르는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며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의 가고 싶은 섬으로

 해남 문내면 예락리에 임하도가 있다. 2006년 연륙교가 놓이며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이지만 아담한 포구와 등대가 있고, 특히 돌섬으로 지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 섬에도 행촌문화재단 임하도 창작 레지던시 ‘이마도 작업실’이 있어 작가들이 모여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1992년 폐교된 우수영 초교 임하분교 건물을 해남종합병원이 요양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했으나 문화재단으로 변경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하바다가 보이는 임하등대 주위로 쇠돌고래과의 보호종인 상괭이가 서식하고 있어 임하도의 바다가 청정해역임을 보여준다.

100명 남짓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이지만 임하도는 김양식과 어장이 풍부해 비교적 여유로운 섬이다. 임하도를 들를 때마다 생각나는 섬이 나오시마다. 해남군과 군세(郡勢)가 비슷한 고흥군 금산면 연홍도에도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 있다.

참고로 연홍도는 지난 2월 전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한 곳이다. 두차례의 공모에도 아쉽게 임하도는 사업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임하도는 접근성에서 상당히 편리한데다 풍광이 아름다워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가 있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힐링의 공간이다.

해남군 스스로가 가고 싶은 섬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기왕이면 해남군이 나서서 예술 섬으로 가꿔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창조경제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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