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대통령 선거에서
216만 표를 얻은 조봉암 선생
결국에는 없는 죄목으로 죽게 되었는데

서대문형무소에서 먹던 밥을 남겨
배고픈 새들에게 주었다는 사실
창틀 사이 내민 밥
손에 앉아 새들이 쪼아먹었다는데
그가 죽고 난 후
새들이 봉암 봉암 울었다는데

망기忘機*란 그런 것이다
기를 잊어버리면
사악함이 없어져
새들도 천진무구해지는 법

그가 죽기 전 읽어 달라던
누가복음 23장 22절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했나니
그러나 소리가
소리를 불러 예수를 죽게 했고
그럴싸한 기機가 결국
그를 죽게 했다.

그러나 무서운 일이다
예수가 오늘 이 땅에 온다 해도
우리는 그를 죽게 할 것이므로
우리는 모두 순간으로 영혼을 가리는
기機의 사람들
망기忘機에 이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김정남의 「금계는 나의 忘機之學」에서 착상

<시작메모>조봉암 선생은 국가변란과 간첩죄로 1959년 사형 당했다. 9개월 뒤 이승만은 4․ 19로 물러났다. 그리고 52년이 지난 2011년 1월 20일 대법원 재심판결로 조봉암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기機로 순간을 가릴 수 있어도 영혼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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