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명량대첩축제가 9일부터 11일까지 우수영 일원에서 개최된다.

축제는 잘 알려진 것처럼 13척의 배로 왜군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기리는 행사다. 23전 23승이라는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불패의 신화를 쓰며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정신은 그 유명한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이 여덟 글자에 녹아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충무공이 백의종군할 즈음 원균의 무능으로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다. 그동안 충무공의 전술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왜군은 이 전투로 기세를 올리며 서해바다를 통해 단숨에 한양으로 치고 올라갈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 왜군들에게는 명량의 통과가 관건이었다. 명량은 울돌목이라 불릴 정도로 물살이 사나운 곳이다. 주력부대가 일본 아와지(淡路) 섬을 근거지로 한 해적 출신들로 구성된 왜군들도 울돌목의 조류가 사나운 것을 알았지만 수적으로 우위임을 과신한 나머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욱이 아와지 섬과 시코쿠(四國) 사이에 있는 나루토(鳴門) 해협 또한 울돌목 못지않은 회오리 물살로 유명하다. 그러나 똑같이 울돌목이라는 뜻을 가진 명량과 나루토의 진검승부는 명량의 완승으로 판가름 난다.

가장 울돌목다운 것

임진왜란부터 정유재란까지 7년의 전쟁을 치르면서 호남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이었다. 호남이 무너지면 조선의 운명도 끝이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가져올 수 있었기에 명량의 승리는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수군을 포기하려 한 조정에 맞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장계를 올리며 결의를 다진 충무공. 이러한 충무공의 고뇌는 지금 울돌목 바다에 동상으로 남아있다.

이름하여 ‘명량의 고뇌하는 이순신 상’. 얼마 전 상표등록까지 마친 이 동상은 그동안 갑옷을 입고 근엄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종전의 충무공 상과는 달리 도포자락 휘날리며 시름에 잠긴 모습이어서 명량해전을 앞둔 충무공을 실감케 한다.
해남군이 나서 상표등록까지 출원할 정도로 동상을 울돌목의 명물로 삼겠다는 의욕은 칭찬할 만하다. 변화의 시작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공연히 변죽만 울려서는 말 그대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고뇌하는...’은 명량다운 발상이었고, 나름대로 새로운 충무공 상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 명량을 제대로 알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축제 프로그램에 울돌목 물살을 체험하는 행사가 있다. 울돌목의 진면목은 바로 사납게 소용돌이치는 물살이다.

일본 나루토 해협의 경우 회오리 물살을 체험하는 탐조선을 상시 운행하는가 하면 오나루토 대교에서 물살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 바닥을 해놓았다. 울돌목에도 두 개의 대교가 가로질러 놓여 있지만 물살을 관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수영과 진도 녹진 진도타워를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를 놓아보면 어떨까. 여수의 경우 해상케이블카 설치로 관광객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잇는 1.5km 구간에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바다의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이곳이 주목을 받았으나 그 인기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관광객들도 우수영을 목적지로 해서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가 진도로 건너가기 전, 잠시 휴식 삼아 들르곤 한다. 국민관광지로 조성해 놓았어도 외견상 언뜻 보면 인위적인 민속촌에 다름 아니다. 충무공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교육한 면도 없지 않아 그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깊이 있게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식상해 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정답은 체험관광이다.

‘땅끝’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해남이 없다면.’
물론 이러한 가정이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뇌하는 충무공처럼 해남을 위해 해남군은 얼마나 노심초사 하고 있는가. 그저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에 급급한 것은 아닌가. 지자체마다 공을 들이는 축제만 해도 해남의 대표축제는 솔직히 눈에 띄지 않는다.

명량대첩축제는 해남군과 진도군, 그리고 전남도가 주관하는 행사다. 온전히 해남의 축제로 볼 수가 없는 이유다. 이웃한 강진군의 청자축제와 장흥군의 물축제 등에 비하면 군세가 더 우위에 있고 상당한 문화관광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땅끝’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면도 없지 않다. 해남군은 ‘힐링 해남’을 내세우며 6차 산업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걸로 알고 있다.

잘 먹고 잘사는 법. 그거다.이번 명량 축제를 계기로 그 꿈을 위해 심기일전 하자. 해남이 없다면 호남이 없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없다는 명량의 각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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