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장흥·영암·강진)의원이 일명 ‘고향투표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감소하는 농어촌 지역구에 대한 대안으로 유권자가 주소지 뿐 아니라, 원하는 경우 고향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만 해당 선거구에서 투표할 수 있지만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주민등록지나 등록기준지(고향)를 선택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발의에는 황주홍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9명이 참여했다.

이러한 고향투표제 발의 배경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 기준을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황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권자 본인의 선택에 따라 주민등록지 또는 등록기준지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된다.

앞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이 ‘고향세(稅)’를 6.2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고향세란 수도권 주민이 낸 소득세 또는 주민세의 일부를 자신의 고향이나 농어촌 지자체에 선택적으로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고향세와 유사한 제도로 일본에서는 2008년 ‘후루사토(故鄕)납세제도’를 2008년 도입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납세제도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제도의 당초 취지인 지역 간 재정격차 해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고향세는 주민세의 최대 30%를 출생지 등 5년 이상 거주한 지역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재정 형편이 좋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주민세 세수는 줄어들지만 영남 호남 강원 제주 충청 등 세수가 적은 지자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고향세는 지자체 간 갈등과 과열 유치 경쟁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과 기타 지역 간 재정 자립도 차이는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너무 크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인구 감소와 지방경제 위축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전체 세금을 늘리지 않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고향세는 ‘따뜻한 세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고향투표제나 고향세는 갈수록 농촌인구가 줄어드는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인구의 70%나 됐던 농촌 인구는 이젠 6.4%밖에 되지 않는다. 농촌마다 폐교와 폐가가 널려 있고, 젊은 부부가 없어 아기 울음소리 그친 지가 오래다. 그런 고향이지만 해마다 명절이면 2500만 명이 먼 길을 마다 않고 고향을 찾는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복지와 편의에 쓰라는 주민세를 떠나온 고향에 돌려쓰는 건 곤란하다는 반론도 있겠으나 고향을 살리자는 뜻에 공감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수도권 인구 2300만 명중 지방 출신이 800만 명이라니 이들이 하기에 따라선 고향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고향투표제와 고향세와 같은 제도에도 장단점은 있겠지만 상생의 차원에서 합리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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