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이장을 맡아 일흔을 넘긴 조대현 이장도 주민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연호리 최고 인기인이다.(사진 가운데가 조대현 이장)

“아주 우리 마을의 기둥이여. 면에서 일 잘하기로는 최고제. 백점만점에 백점 이장이여.” 경로당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이 앞 다퉈 한 사람을 칭찬하기 바쁘다. 황산면 연호리 조대현(71) 이장에 관한 얘기다. 86세 한 할머니는 “일을 못하는 우리들을 이장이 항상 돌봐주니 이장 없인 살 수 없을 정도다”고 까지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이장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연호리에서 태어나 지금 까지 마을을 지켜온 조 이장은 주민등록 주소지를 한 번도 옮긴 적이 없을 만큼 연호리 토박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연호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던 조 이장은 연로한 전 이장의 뒤를 이어 40대의 젊은 나이로 이장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그저 주위 어른들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는 조 이장은 “마을 어른들 심부름이나 하고 면에서 일만 보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더라”며 “그저 열심히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처음 이장을 맡아 15년을 봉사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5년 전부터 주위 어른들의 권유에 다시 이장을 맡게 됐다.

특별히 한 일도 없이 그냥 자리만 맡고 있다고 조 이장이 겸손의 말을 던지자 주위에 있던 어른들이 성화다. 할머니 한분이 조 이장에 대해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농로 정리부터 해서 마을회관도 짓고, 특히 예전에 우리가 농사를 지었을 때 온 동네 농기계일을 봐줬다.”며 “남들 받는 만큼 돈을 받지도 않고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로 자기 일처럼 일을 봐주곤 했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던 조 이장은 그저 자신이 농기계를 가지고 있기에 일을 도와준 것뿐이라며 겸연쩍어 한다.

술·담배·거짓말을 안한다는 조 이장의 고민은 모두 주민들에게 이어져있다. 52가구 70여명이 모여 사는 연호리는 60여명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일 만큼 어른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 일을 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아 항상 걱정이다. 주민들이 화목하고 자신을 잘 따라줘 고맙다는 조 이장은 “어른들이 편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호리는 동연리와 서연리 두 개 마을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마을이어서 지금도 2개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회관은 1반에 위치하고 있어 2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을회관까지 거동이 불편한 2반 어른들을 위해 도로교통공사에서 사무실로 이용하던 가건물을 매입해 경로당으로 이용했었다. 태풍에 피해를 입기도 해 허름한 건물이었던 그곳을 마을기금 300만원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경로당을 새로 지었다.

경로당에 지원되는 경비는 마을당 한곳이기 때문에 연호리는 한 곳의 경비를 두 곳에서 나눠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광과 더불어 일을 하지 못하고 혼자 사는 분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경로당에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조 이장은 조금 더 이분들이 편하게 경로당에서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올해는 땅끝보금자리 사업을 신청해 어른들이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된 사항을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는 조 이장이다.

항상 주민들을 위해 고민하는 이장
땅끝보금자리 사업으로 어른들 돌보고파

이장을 하며 꼭 이루고 싶은 일 또한 어른들과 관련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많은 주민들이 이동을 할 때 카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마을 대부분의 도로가 콘크리트고 어떤 곳은 비포장이어서 통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주 다니는 길만이라도 아스팔트를 깔아 어른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조 이장이다.

40대에 이장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70이 되었다. 아직은 건강하기에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지만 조금 씩 후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할 때라는 조 이장은 “이장은 주민이 놓친 세세한 것까지 챙길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해야 하며, 특히 우리 마을처럼 고령마을 일수록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후임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예전에 비하면 주민 수는 많이 줄었지만 도시에서 귀농을 해온 사람도 조금 씩 생겨나고 있다. 기존 주민들과 서로 도와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노력해야 한단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조 이장은 ”지금처럼 주민들이 다툼 없이 화목하게 지내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위 속에서도 주민들을 위하는 조 이장의 마음과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화합된 모습이 있어 연호리는 따뜻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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